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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4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김종해
나는 디지털 카메라를 믿는다
살아생전 필생의 꿈
평양에 내리자마자 순안비행장을 찍었다
창광거리를 찍었고, 숙소 고려호텔도 찍었다
백두산 가는 길,
량강도의 삼지연읍,
이깔나무숲도 찍고, 베개봉,
비 오는 백두밀영, 정일봉도 찍었다
백두산의 장엄한 일출
세찬 바람도 찍고
떨고 있는 천지도 찍었다
피사체가 드러내지 않는 감정
나는 누르기만 했다
평안북도 안주, 녕변(약산의 진달래꽃)
묘향산 보현사에서 청천강 지나 평양으로 오면서
나는 왜 모국어를 절제하고 있는가
피사체 따라 드러내지 않는 감정
서울로 돌아온 두 달 뒤
실어증을 벗기고
비로소 카메라를 열었다
오오, 끔찍한 디지털 카메라!
그 속에는 어둠만 찍혀 있었다
김종해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 및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풀』 『별똥별』 『항해일지』 『어머니』 등.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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