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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백두산밀영白頭山密營
이기형
옛날 전설의 터가 아니요
살아 숨쉬는 역사의 배움터다.
세월은 흘러가도
식민의 아픔은 지울 수 없다
1930년대 후반 1940년대 전반
암울, 캄캄, 절망의 깊은 수렁에서
민족의 운명은
바람 앞 촛불마냥 사위어갔다
태양도 검게 멍들었고
강물도 흰거품을 뱉으며 아우성쳤다
일제는 사백만 대군을 호언하며
날새 무리도 떨어뜨린다 장담했다
역사 초유의 엄혹한 시기
불출세의 청년 지도자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백두산 소백수골 정일봉 아래
만고의 천길 이깔나무 밀림 속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총사령부를 창설했다
박우물은 그제나 이제나 생명수였다
귀틀집 총사령부실 경위대 병실 총기수리실 등이 복원되었다
의류 재봉틀 천막 생활집기 선전문 등이 전시되어
간고한 그날을 실물로 가르쳐 준다
천재의 힘이란, 해방의 역사란, 가슴이 뭉클했다
백두산밀영을 위시해
사자봉밀영 간백산밀영 곰산밀영 연지봉밀영 등
십여 군데 비밀 군영이 있었다
곰산밀영에서
1937년 5월 하순
국내 당공작위원회가 소집되었다
백두산밀영은
항일무장투쟁과 조선혁명의
은밀한 책원지
영도의 거점
그 높이 백두산보다 높아라
그 뿌리 천지보다 깊어라
56년 후
소련과 동구라파 정권이 싹쓸이 무너졌는데도
북쪽만이 건재
대미국과 맞서 밀리지 않아-
그 연유를 알겠다
그때 그 정신, 그 웅도, 그 기백
오늘 친외세 수구배를 물리치고
60년 분단을 기어코 끝장내리라
고난의 꽃
굳건한 자주정신이여!
이기형1917년 함남 함주 출생. 1980년 시집 <망향>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리산> <별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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