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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블루 같은
조덕자
가을이 가기 전에 장을 떠야 하는데, 어머닌 무릎걸음으로 마루에 나 앉으신다 앉은뱅이 장독대에 긴 침묵이 고여 있다 그 잠깐 사이 바람이 불고 감나무 잎만 붉게 익어 서럽게 떨어진다 켜켜로 잘 익은 메주 안에서 푸른 빛들이 뿜어져 나와 항아리는 어느새 만삭인 배를 들썩이고 나는 물끄러미 시간을 죽이고 있다 왼쪽이 마비되신 어머닌 애타는 눈으로 먼 하늘 빛을 응시하고 계신다 내 몸만 성해도, 그 순간 땅 끝이 노래진다 어머니 먼 눈빛 따라 지중해 빛 블루 하늘이 슬며시 내 가슴 속에 와 박힌다 어머니 세월 같은 짙은 장맛에 고개 숙인 채 긴 통발을 항아리 안에 밀어넣는다 기우뚱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통발 가득 고이는 간장이 어머니의 애간장肝腸 같다 나는 휴 하고 가슴 저 밑바닥에 고여 있는 깊은 숨 토해낸다 내 숨소리에 가을이 어머니처럼 쓸쓸히 지고 있다
조덕자
1962년 경남하동 출생. 1997년 심상으로 등단. 2002년 제1회 울산작가상수상. 시집 『가구의 꿈』, 『지중해 불루같은』zo513@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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