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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김진숙 / 김광원
지상에선
저마다 한 가지씩 소원을 들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봅니다.
나는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서
저 아래 슬픔의 땅을 내려다봅니다.
지난 겨울 이곳에 올라온 이후
한여름이 되도록
내가 오로지 꿈꾸는 것은 170명
정리해고가 철회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나는 한시도 놓치지 않고
2003년 바로 이곳에서 목을 매단
한진중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주익 동지를 생각합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매일같이 외쳐대는 조합원들의 불안한
눈빛을 헤아리며 나는
낮에도 밤에도 나풀나풀 나비가 되어
당신들 곁으로 날아갑니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내 한때
신문배달, 우유배달, 봉제공, 버스안내양,
용접공 등을 하며 지내던 세상이지만
0.75평 지상 35m의 공중에서
나는 소녀처럼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얗게 찔레꽃 피어나는 오월,
우리들 모두 손을 맞잡고 밤하늘 저
별 무더기 속으로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당신과 눈을 맞추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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