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오인태 시집 『별을 의심하다』
출 판 기 념 회

* 언제/2011. 5. 27(금). 오후 7시

* 어디서/진주 칠암동 <포시즌> 4층 그랜드볼륨

모시면서

오인태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별을 의심하다』를 펴냈습니다. 오 시인은 91년 진보적 문예지『녹두꽃』3집을 통해 시인이 된 후 지금까지 거의 5년 단위로 다섯 권의 시집을 내며 이제 문단에서 주목받는 중견시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미덥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시가 늘 그래왔듯이 이번 시집『별을 의심하다』의 시편들도 시인 특유의 온화하고 웅숭깊은 시선으로 세상의 작고, 약하고, 여린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으며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낮추어 그들 속에 녹아들기도 하면서.

그동안 시인의 열정적인 삶과 문학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를 아끼고 흠모해왔던 마음을 모아 다섯 번째 시집 출간을 함께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시기 바랍니다.

2011년 가는 봄날

오인태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경남작가회의

오인태의 시 / 『별을 의심하다』

그의 눈이 한층 깊어졌다. 사물과 현상의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그 깊이를 보아내는 시적 안목이 사뭇 놀랍도록 웅숭깊다. 젊은 날 혈기왕성했던 그의 시가 올곧음을 추구하고 딸깍발이 같은 염결성에 바쳐졌다면 지천명에 이른 그의 시는 사물과 현상의 배후를 밝히고 그 본질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사물과 현상의 편린을 보는 데서 나아가 부분과 전체, 그리고 그 유기적 관계성을 보아내는 데 이른다.

-복효근(시인)

동갑내기 친구 인태여. 어느덧 우리 술잔 거머쥔 손아귀에 힘도 약해지고퇴고해야할 원고들’에 대한 집념조차도 느슨해지는 나이. 세상의 온갖 불륜과 패륜을 저지르고 시를 훔치며 예까지 왔으이. 그러니 어찌 후회며 한숨이며 회한이 없겠는가. 끝끝내 수용해야 할 것들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경계마저 흐릿해져 요즘의 나는 자꾸 두 눈두덩을 문지르곤 한다네. 살펴보니 자네가 훔친 건 고작 들꽃 한 줌’. 자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이 세상 ‘들꽃 한 줌 훔친 죄값!’ 좌우지간 원망하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받아들이세. 삼십여 년 전, 자네와 내가 니부가리 중학생일 때, 함양 상림 ‘천령문화제’백일장에서 겨뤘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네.

-유홍준(시인)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 사이, 나는 대간의 끄트머리 마을을 떠났으며, 그는 네 권의 시집을 나에게 보내왔다. 그의 시에서 나는 시절의 참혹을 읽었고 세상의 상처를 만났으며, 분노와 슬픔과 고독이 어떻게 함께 사는지를 배웠다. 또한, 빼내서는 도랑물에 흔들쳐 뒤집어 끼워넣은 눈알의 그것으로 삶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동공을 손끝으로 매만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랑, 언제든지 좋다며 머리부터 야금야금 내어주는 수컷의(「사마귀에게 듣다」). 아니, 어쩌면 이런 사랑―뜨거워 먼 바깥만 맴돌다, 불 꺼진 아궁이 그 온기 속으로 들어가 잠든 짐승의. 그리하여 어느 추운 날, 무심한 손이 지핀 불구덩이와 활활 한몸이 되고 말 그 짐승의.

- 신용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