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안녕하세요?

일전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정과 관련하여 글을 올린 순천작가회의 안준철입니다. 오늘은 경남 밀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계삼 선생님의 글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이 움직이시면 꼭 도와주시기 바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술을 마시면, 열에 아홉은 교육 걱정을 한다. 자식 걱정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항상 한국 교육에 대한 푸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교육전문가이다. 인터넷 게임 분야에도 허다한 평론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교육평론가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논객이 극소수인 것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거의 평론가급의 안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의아하고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발의로 진행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정 청구인 모집은 마감일인 4월26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5만명을 갓 넘긴 것으로 집계되었다. 발의 요건인 서울시 주민 1%인 81,858명에 한참 모자란 숫자다. 그동안 보수 언론들이 주시하고 있었고, 기다렸다는 듯 쾌재를 부르며 ‘거 봐라~’하며 몰아칠 태세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상밖이고, 그래서 좀 의아하다.

내가 보기에 학생인권조례를 가장 싫어하는 이들은 보수 언론이 아니라 교사 집단이다. 표정관리를 하고는 있지만, 스스로 진보적이라 자부하는 교사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이자 수난자라고 느끼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 대들거나, 무기력하거나, 어쨌든 ‘통제가 안 되는’ 이 교육불가능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집단이 기댈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남은 권능이 바로 ‘교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생인권을 보장해주면, 결국 교권이 무너진다고 믿고 있다. 그동안 내뱉은 말로만 보자면, 학생인권조례제정에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되어야 할 전교조가 거의 완전히 무기력했던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일 것이다.

‘아이들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 믿고 있는 족속들에게는 별 할 말이 없다. 다만,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이번 조례제정운동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으며, 또한 이것은 대단한 오해이며, 허위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통제가 안 되는 아이를 회초리로 누를 수 있는 권능이 교권이 아니다.

교권이란, 당연하게도,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아이들이 부여해주는 도덕적 권위이다. 학생인권과 마찬가지로 지금껏 교육 현장에서는 교권도 없었다. 교권을 위해서라도, 12년 학교 교육을 통과하고 나면 다들 꿈도 희망도 없는 좀비로, 체념과 복종이 내면화된 내면적 파시스트가 되어버리는 이 비참한 현실을 변혁하는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4월26일로 종료되었어야 할 조례제정청구인 모집 기한이 재보선 선거로 보름이 연장되었다. 이 무슨 ‘희망고문’인지, 몇 달을 풍찬노숙했던 일꾼들이 다시 마지막 불꽃을 당긴다. 지난 겨울 내내 거리에서 이 맹추위에 거리를 누비던 이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었다. 부끄러운 일 아닌가. 전국민이 교육평론가인 나라에서, 1만에 가까운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도시에서, 헤아릴 수 없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과 풀뿌리 조직이 활동하는 대한민국 제1의 도시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에 필요한 고작 1%의 청구인을 모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겨울, 벗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 들렀을 때 그들은 마포 망원 네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서명을 호소하고 있었다. ‘도나 기에 관심있는’ 사람을 채가는 호객꾼인줄 알았던 시민들이 그들의 간절한 눈빛에, 열기에, 하나 둘씩 귀를 기울이고 서명들을 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5만 37명이다.

2주 뒤, 이 일이 끝내 무산되었을 때, ‘그 봐라~’하며 쾌재를 부를 저들에게 조롱당할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 조례 제정을 열망하며 엄동의 날씨에 거리를 누비던 청소년 벗들, 그들의 좌절이다. 그걸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전교조는 무얼 했단 말인가. 3년전 촛불은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밤마다 자판으로 쌈박질하던 그 진보누리꾼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이런 아픈 자책으로 서로들 마음 헤집어댈 것을 생각하니 또한 끔찍하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서울운동본부의 인터넷 주소(http://www.sturightnow.net)를 소개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먼 곳에서 몇 글자 펜을 놀린다.

□ 서명 참여 방법 안내

■ 참여자격 : 서울시민 누구나 (단 19세 이상,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인 경우)
■ 목표인원 : 약 81,885명 이상(서울시민의 1%)
■ 기한 : 2011년 4월 26일까지 (서둘러주세요! 2월부터 매달 3만부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 중요사항 : 자필로 서명한 서명용지 원본이 필요합니다.(우편발송이 필요합니다. 상세내용은 아래 내용을 읽어주세요).
첨부된 서명용지를 인쇄, 복사하여 서명을 해주시면 됩니다. 다량의 서명용지가 필요하신 분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02-365-5412)로 연락주시면 배달해 드립니다.

■ 서명 방법
- 청구인 서명 용지는 1인당 1장씩 작성하셔야 합니다.
- 굵은 선 안만 작성하시면 되고, 반드시 자필로 기록합니다.
- 서명란에는 개인적으로 개발한 서명 말고 이름을 또렷이 알아볼 수 있도록 정자로 또박또박 기록해주세요. 날인은 인장(도장)이나 지장(무인) 모두 가능합니다.
- 주소는 주민등록상 등록된 주소를 모두 기록해주세요(아파트도 번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예 : 서울시 ○○구 ○○동 ○번지 ○호 / 서울시 ○○구 ○○동 ○번지 ○○아파트 ○동 ○호)
- 핸드폰번호와 이메일을 남겨주시면 조례 제정 상황을 알려드립니다.

■ 서명지 전달 방법
- 반드시 원본을 학생인권조례서울본부 관련자나 사무국으로 보내주세요.
    => 우편 보내실 곳 : (156-090)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1007-45 승지빌딩 8층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 다량의 서명지를 보내실 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급적 등기우편으로 보내주세요.
- 팩스는 안 됩니다. 자필로 작성한 서명용지 원본이 필요합니다.

※ 좀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sturightnow.net 을 참고하세요~
   (위 주소로 접속하시면 서명용지를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각종 문의사항 :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017-214-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