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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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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시 <나이 쉰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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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이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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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을 맞으며
가멸하고 후회스러운 마흔아홉 해를 갈아
소중히 품고 있던 꿈의 비늘들
털어내고 싶었던 삶의 무게를
언 땅 속 세상의 자궁에 고이 묻어둔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림도 없을
웅크림과 어둠 속에서 싹틔울 씨앗을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묻어두고
무거운 허리를 펴 하늘을 들어올린다
잊혀졌던 신화들이 하나씩 되살아나
태초의 숨결보다 고요히 피어오르고
푸른 미소 속 투명한 샘에서는
하늘보다 맑고 깊은 음악이 울려퍼진다
영혼보다 가벼운 육신을 위해
나의 하루를 굵은 땀방울로 채우고
어디에서든 버리는 일에 익숙해지면
거기가 곧 하늘이요 세상의 중심이거니
세상이 버릴 때는 조용히 받아들이고
나를 버릴 때는 망설이지 말아야 하나니
버려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지만
버리는 나의 삶도 아름다워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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