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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증기기관차
최 기 종
오전 9시 23분발 상행선
상리댁 보따리 올려주고
서울양반 부축해 주고
출발 신호기 내렸다가 올리고 나서
간이 화장실로 냅다 달리면
허연 입김이 앞서 간다.
미어터지는 오줌기
어렵사리 지퍼를 내리면
작대기처럼
직선으로 뻗는 오줌발
소변기로 돌진하는
증기기관차 소리 들린다.
아!
거대한 내가 느껴진다.
추위 때문에 움츠려들고
돌팔매 하나 던지지 못하던 나에게도
내 몸에도 화룡 한 마리 살고 있다니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훈김이 감싸는
내가 증기기관차
처음처럼
거침없이 벽을 뚫고
설원을 헤치며
공중으로 날아가는
살아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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