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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최 기 종
밥만 먹어도 행복한 때가 있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하루 세 끼 거르지 않고 밥 먹는 거라고
검정 고무신 새로 얻어 싣는 거라고
뭐 생각하고 재고 할 것 없이
소박하게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마당귀에 무쇠솥 걸어 놓고
보릿대, 솔가리 불 때서
솥뚜껑 활짝 열어 제끼면
무럭무럭 솟아나던 하얀 행복
상기된 엄니 손주걱에서 보석처럼 빛나던
밥의 색깔, 향취, 뜨거움, 설레임
이런 쌀밥 때문에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설날이 몇밤 남았다고 이제
설빔 차려 입고 고기반찬 먹는다고
열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리던 간절함
소풍날도 어린이날도
새암 푸는 날도 콩 볶아 먹는 날도
가슴 설레이며 기다렸는데 이렇게
다가오는 작은 만족감이 행복이었다.
행복은 채우거나 쌓는 것이 아니었다.
저 높은 곳, 하늘의 별들만 쫓다 보면
허기같은 욕망만 깊어질 뿐이었다.
행복은 풀과 나무와 짐승과 곡식을 깨우는 바람처럼
땅에서 구하거나 기다리는 것이었다.
옛날처럼 그 눈빛이 맑아지면
하루 세 끼 밥을 소원하던 행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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