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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으로 가위질했다.
최 기 종
저 혼자 볼상사납게 튀어나온 나뭇가지
꽃도 없이 옆으로만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작심하고 전지가위 들었는데
허공으로 가위질하고 말았다.
밤 새워 글을 쓰면서
가위질했다. 델 키를 눌러댔다.
유기체의 완성을 위해서
버려야 할 것들 투성이
무수한 손들이 잘려 나가고
인쇄지에서 피비린내 풍겼다.
글의 행간을 읽어가다 보면
나뭇가지마다 핏물이 떨어졌다.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실제 의미가 불거졌다고
잘려나간 문장, 어휘들이
상처처럼 글씨를 흐리게 했다.
구조조정 시피유(CPU)는
식구(食口)를 줄여야 한다고
유연한 노동 속으로 사냥개를 풀었다.
벼랑 끝에서 나뭇가지들이
전기 톱날을 거부하고 있었다.
나뭇가지는 생존의 목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저 혼자 볼상사납게 튀어나온 나뭇가지
꽃도 없이 옆으로만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작심하고 전지가위 들었는데
정원수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나뭇가지들의 치열함이여.
허공만 가위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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