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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산책 13
산다화
낙하산도 없이
공중을 걸을 때가 있다.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최기종 시집 <<나무 위의 여자>> 중에서
군말
산다화는 토종 동백꽃을 말한다. 이파리가 두껍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꽃은 흰색, 붉은색, 연분홍색이 있고 달걀 모양의 원형이다.
남도 해안가에서 붉게 타는 이 산다화가 아름다운 것은 이팔청춘 젊은 모습으로 뚝뚝 떨어지는 호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한철 젊고 싱싱하게 피어나서 절정의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모강지 뚝 끊어져서 낙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박수칠 때 내려 간다는 말이 있다. 아름답고 싱싱한 모습일 때 무대를 떠나면 그만큼 깊은 인상으로 회자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에 서면 마르고 닳도록 권력을 누리려고 한다. 자신의 위상을 뽑내거나 의시대면서 흡착하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추한 모습밖에 없을 것이다.
남도답사 일번지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에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겨울이면 동백꽃 수백 송이가 연등처럼 피어 나는데 그 나무 밑에는 붉은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다. 이제 막 피었다가 떨어진 동백꽃들이다. 그 낙화들은 땅에다 머리를 박고 있지만 허파같은 숨결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나는 붉게 피어나는 산다화를 좋아한다. 물론 겹동백보다는 쪽동백을 더 좋아한다. 겹동백은 정상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추한 몰골을 그대로 매달고 있다. 그러나 쪽동백은 정상에 서면 미련없이 자신을 버린다. 너무나 행복해서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허공에서 툭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절정의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누군가 사랑하다 보면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행복의 순간은 낙하산도 없이 공중을 걸어가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게 행복의 절정에 서면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는 호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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