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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3
최 기 종
임금님의 귓병이 더욱 심해졌다.
편향되었다는 소리들이 신문고를 두드려댔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들이 산울림 되었다.
기나 고동이나 목소리만 높인다고 했다.
백성의 임금이라고 조선의 고뿔이라고
때를 쓰며 콜록거린다고 했다.
그래서 임금의 대답은 단호했다.
좋은 소리 듣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강자의 원칙을 세웠다.
고소영이나 강부자를 평균대에 올려 놓고
궐밖 소리들을 이단으로 몰았다.
궐밖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 많은 이명을 만들어 냈다.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들이
망루에서 고주파 확성기를 틀어댔다.
조선팔도 임금의 백성 아닌 것이 없는데
타칭 반골분자들이 좌충우돌하며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는 것이라고
굳게 닫친 궐문을 두드려댔다.
결국 임금은 귀의 문을 닫았다.
입이란 입은 봉쇄되었다.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압수되고
목소리 있는 곳에는 병력이 출동했다.
이태백, 사오정, 명퇴들이 숨을 죽이고
토백이 철거민들이 땅에서 쫓겨났다.
마이동풍들만 궐내를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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