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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여축없이 시골머슴인데 하는 짓은 좀생이라,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내 본래 면목을 보게 되면 고개를 갸웃 기울이곤 한다. 아직 소설가라는 꼬리표를 달지 못했던 문청시절 나는 문인들이 모인 어느 술자리에서 지금은 원로가 되신 어떤 소설가의 말씀을 경청했는데, 그이는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발싸심을 하며 취재를 다녀야 했는지를 털어놓았다. 무릇 소설가라면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이처럼 속세를 떠나 산으로 올라가는 소설가가 아닌 사람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소설가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천성이 못나서일까. 낯선 이들에게 말 한마디 붙이려면 조금 과장해서 목숨을 걸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나로서는 남들의 말을 엿듣거나 훔쳐보는 것 말고 이른바 중심을 향해 육박해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배짱이 없었던 거다.
따지고 보면 나의 엿듣기와 훔쳐보기는 연원이 꽤 깊다. 어린 시절 집안의 유일한 어른이신 할머니를 여읜 뒤 나는 아랫방에서 줄곧 혼자 지냈다. 형제들이 없던 터라 소슬한 집안인 데다 해가 지면 태초로 회귀한 듯 고요한 시골이었으니, 마당에서 강아지 한 마리 바스락대는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들었다. 고단한 몸을 뉘고 선잠 들었다가 깨어난 어머니의 등짝을 아버지가 툭툭 두드리던 소리를. 엄지에 실을 감아 팔뚝을 쓸어내린 뒤 바늘로 따주던 소리들을. 그 소리를 이 밤에도 듣는다. 한여름 무더위 탓에 안방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잠든 어머니. 바람이 거실을 관통할 때마다 사개가 맞지 않아 덜컹대는 화장실 문소리 사이로 피어오른 끙끙 앓는 신음을. 잠든 때마저 고단한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의 신음을. 모두가 아프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엿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더라면.
<2010.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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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