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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전형적인 다국적 기업 가운데 하나인 나이키가 이런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민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나이키 등산화를 신고 카메라를 향해 몇 마디를 했다. 카메라는 등산화와 그들의 상반신을 번갈아가며 클로즈업했다. 기어이 나이키가 아프리카의 어느 오지까지 스며들어 그곳 사람들의 마음조차 사로잡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광고였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저스트 두 잇’이라고 번역되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이 한 말은 ‘이건 마음에 들지 않아’ ‘좀더 큰 신발을 줘!’였다고 한다.
이 일화가 우습지만은 않은 이유는 나 역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는 않았노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투덜대기도 했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 적도 있다. 아예 저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야, 라고 속으로 굳게 낙인 찍어버린 적도 있다. 언어는 음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을 할 때 그이의 얼굴에 떠오른 미묘한 표정 변화도 언어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그이가 손가락을 까딱대는 것도 의미심장한 표식일 수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반어적일 수 있으며 핵심을 가리킨다고 여겨지는 말들이 때로는 변죽만 두드린 채 물러서는 것일 수도 있다. 길에도 곧은 길, 굽은 길, 빠른 길, 에돌아가는 길이 있듯이 말도 그렇다. 그러므로 말이 통하려면 우선은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마디를 나누더라도 진심으로 통하려면 오감을 동원해야 한다. 하물며 국민과 나누는 대화에서야. 더 심각한 문제는 언어의 왜곡이다. 버젓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그런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2009.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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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