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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원숭이 재판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제정된, 공립학교에서의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버틀러법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이 법을 어기고 자신의 생물학 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쳤다. 그리고 재판에 회부됐다. 물론 그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승리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 재판을 통해 사람들은 진화론을 더는 조롱하지 못하게 됐으며 훗날 진화론과 창조론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인들이 지금처럼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라 믿게 된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고 믿는 가치들 가운데 원래부터 우리에게 주어졌던 건 하나도 없다. 인간 스스로 관찰하고 탐구하고 사고하여 얻어낸 것들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믿음이 수정되고 갱신되었을 뿐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지금 우리가 믿는 가치들도 언젠가는 부정당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하기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다. 또한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다고 여긴다면 굳이 변화를 바랄 필요가 없으리라. 하지만 좀더 나은 삶의 토대를 물려주고 싶다면, 지금 우리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이 용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이미 한 개그맨이 그런 이유로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경기도교육감이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했다. 앞으로 그에게 쏟아질 견제와 그가 겪어야 할 불이익과 고통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참다운 용기는 전염성이 강한 법이다.
<2009. 11. 3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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