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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교생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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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5년도 고교백일장 운문부문 수상작
이름 사무처 이메일



                                        <장원>
서울 성남고등학교 3학년 6반 최정우





겨울 밤, 오래된 장롱의 문을 열면
아버지의 해진 귀마개 하나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구석구석 눈꽃같은 나프탈렌
냄새들을 머금고
두 귀가 닿지 않을만큼 작아진 귀마개
이제 아버지의 생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씩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터진 실밥사이 몇 겹은 더
채워야 할 것 같은
누런 솜들이 새어나온다

대문 옆 조등이 눈길을 비추는 새벽녘
또각또각 골목을 울리던 아버지의
까만 구둣소리는 들리지 않고,
두 귀를 덮은 손금 사이로 자꾸만
낡은 목소리들이 귓속 한 구석
웅크려있던 달팽이를 깨웠다



<차상>
전북 세인고등학교 2학년 1반 조신현

귀 속으로 흐르는 것들의 아름다움.




흐르는 것들이 귀로 향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가령,
귓속말로 서로의 비밀을 터놓는다던가,
엄마가 애기의 귀를 가볍게 깨문다던가
어린 꼬마가 선생님께 귀를 잡힌다던가
꼬옥 끌어 안은 채로 서로의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인다던가

어쨌든,
우리 주위엔 우리도 모르게 흘러 지나가는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흐르는 것을 움켜쥐려 하기보다
가볍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리라.

흐르는 것들이 귀로 향한다는 것은 꽤나 아름다운 일이다.



<차상>
경기 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5반 박지선





불국사 돌담 한 구석
고드름으로 얼었던 물이
천천히 녹아 흐른다.

그 아래 돌바닥에
동그랗게 패인
낙수 자국,

떨어지는 물방울의
동그란 음파를
안으로
조용히 담아들인다

수천년을 돌고 돈
물의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 듣고 있는
땅 위의 귀
그늘진 돌바닥
구석에도
부처님 귀가 있다.



<차하>
서울 동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8반 김해솔





달빛이
쪼르릉 쪼르릉
일찍부터 마당에 내리앉는
겨울이 되면

“할머니, 나 귀 좀 파주어”
말랑한
다리를 베고 누워
이른 잠을 청했다.

귓바퀴를 돌려
어루어주시며
“이자석, 귓구멍 좁은 건 즈이 애비 닮았구먼”

뜨겁고 고소한 입김을
귀 안에
호호 불어주셨다.

이젠 우뚝
솟아 커버린 귀.
쾌쾌한 도시바람에 지친
달팽이만
초라하게 사는데

폴폴하게 닦아내줄
손길이 없다

할머니! 보이시나요.
벌써 차오르는 달 밑에
스러지는 제 귀가
보이시나요.



<차하>
경기 과천고등학교 1학년 2반 신병극





할아버지는 귀를 잃어버리셨다

어둠이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새벽
얕은잠에 뒤척이시던 할아버지는
결국 잠자리에서 일어나신다
알람이 필요없는 자명종시계를 보시며
자신의 귀처럼 말라버린 한숨만 내쉬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풀벌레 날개 비비는 소리도
바람에 뒹구는 가랑잎 소리도 듣지 못하신다

55년전 포격소리에 놀란 할아버지의
귀가
그를 깨웠다
예고없이 찾아온 전쟁, 그 속에서
폭탄과 함께 터져버린 할아버지의 고막
그날 잃어버린 소리는
다시 할아버지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적막한 새벽
할아버지는 오늘도 세월에 닳은 몸으로
소리를 찾으러 공원에 나가신다
그러나 입만 뻥긋거리는 새들과
소리없이 흔들리는 나뭇잎들 뿐
그래도 할아버지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위해
언 귀를 만지작 거리신다



<차하>
서울 상문고등학교 2학년 4반 김장환





노란 국화꽃 송이송이들
장항선 삽교역 건물아래
좁다란 화단에 피어 있었다.

벌들이 귓속말을 전하고 있었다.
할머니 따라나선 남자아이
슈퍼를 가리키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투명한 햇살 속
투명한 날개로
몇 마리 벌이 날고 있었다.

한쪽 귀퉁이로
간신히 빛나며 달리는 철길은
야산 모퉁이를 돌아 휘어져
구불구불 달려오고 있었다.

그림자 하나 없는 삽교역 마당
아무 데나 떨어지는
가을 햇볕이 아까워
탐스런 국화꽃은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기적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한꺼번에
야산 모퉁이를 돌아보았다.

땡 땡 땡 땡 땡 땡 땡.....,

기다림이 끝나는 소리
건널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입선>
경기 서해고등학교 2학년 6반 홍슬기

귀지



아버지는 꽃비내리는 4월의 봄날
교도소에서 나오셨다
세상은 남은 빚의 크기만큼
아버지를 조소했지만
그때마다 손톱으로 귀지를 툭 튕기시며
“허허허.”
내게 늘 가혹하리만치
아렸던 배꼽웃음.

4월의 봄날
서울의 길 한 가운데에서
꼬옥 마주잡은 두 손 위로
소복히 쌓이던 그 날을 기도하며
열심히, 정말 열심히 땀으로 세운
조그만 치킨집을 기억한다
치킨집만이 아닌 치킨집.

어젯밤, 김치 몇점과 빈 소주잔.
점처럼 말없이
긴 메아리를 토하는
소년을 본 딸은.

달이 바람에 쓸려 해돋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귀이개를 산다.

지지 않는 해.
딸은 솜털신을 신고서
가볍고 가벼운 날개를 단 채
4월의 그 날을 노래하며
“허허허.”
종종종 집으로 날아갈테지.



<입선>
용문고등학교 2학년 4반 장철중





고대병원 사거리
반쯤 기운 벤치 옆에
녹슨 하수구가 숨어있다.

낡은 벤치에 앉은
민둥머리 아이들의
비밀 이야길 엿듣는다.
오늘도 하수구는 무거워 졌다.

귓바퀴가 가늘게 떨렸다.
점점 커지는 싸이렌 소리
고막처럼 쇠붙이가 흔들리면
작은 구멍으로 어둠이 새어 나온다.

차가운 쇠뚜껑 속에는
귀지가 잔뜩 쌓여 있다.
비밀 이야기, 여자의 눈물
그리고 휠체어 바퀴소리…….

오늘도 하수구는
응급실처럼
녹슨 귀를 항상 열고 있다.



<입선>
서울 대원여자고등학교 2학년 8반 박희아


-귀를 가진 돌길



백담 냇가의 돌길은 귀를 가졌다.
그 돌길 지나가본 사람은 안다.
아담한 시비 너머로 내려다 보면
경쾌한 송사리도 가끔씩 옅은 물길로
그 곳을 찾는다.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온갖 사람 고달픔으로 물집 잡힌 발바닥이
새벽부터 요란하게 저를 밟아 깨워도
부러 들퐁들퐁 솟아난 냇물로 해맑은
두 뒤를 닦는다.

아으 돌돌다리 작은 귓구멍 일년 내내
뾰족이 돋아나는 누구들의 고운 푸념 속
나른해진 백담의 나른한 공양 시간이 다가오고
그래도 여전히 뉘에 귀 기울인 아스라한 돌길은
석양 짊은 무거운 몸으로 삶에 절은
중년을 나른다.

그는 초라해 쑥스러운 맨발을 내딛지만
누구의 발도 귀함을 아는 돌길은
어느 발소리도 들은 체하지 않는다.
엄지의 한숨도, 새끼의 탐방거림도
흉보지 않는다.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맘 넓은 스물너댓의 허물없는 부처들
아으 돌돌다리 가벼워진 사람들의 발걸음 품고서
농익은 목탁 소리에 세월을 듣는다.

백담 냇가의 돌길은 귀를 가졌다.
그 돌길 지나가본 사람은 안다.



<입선>
인천 선인고등학교 2학년 5반 김영범

어느 할머니의 푸념



어휴, 귓 밥좀 봐.
이것들아
귓 밥좀 파라.

귓 밥이 꽉 찼으니

리어카 끄는 노인의
한 숨 소리 들리지 않고

죽어가는 병자의
눈물 떨구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들리는 건
한숨과 눈물과 배신으로 멍든
욕들 뿐이지

이 것들아
귓 밥좀 파라
니들이 쓰는 금빛 나는거 말고
그래, 저기 저 녹슨 숟가락으로

니들 마음에 꽉찬
귓밥좀 파라
그리고 들어라

너희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저들의 땀내나는 아우성과

욕으로 밖에 표현을 못하는
저들의 가련한 마음을

귓 밥좀 파라
이 것들아
이 사랑하는 자식들아.



<입선>
경기 안양여자고등학교 1학년 2반 노다해

산과 맞댄 귀



누운 불상처럼 뿌리내린
산의 귓바퀴로
소리가 오른다

귓구멍으로
골골 흘러드는 시내,
목어 한 마리가 꼬리로
소리를 흔든다

바람불어
산이 머리칼 쓸어넘기고
나무 이파리들 떨려
산의 귓등까지 울린 소리가

산과 귀를 맞댄
내 몸에서 환하다



<입선>
서울 오금고등학교 2학년 13반 박은비





버스터미널을 바라보고 있는 도로 한복판에
무허가 좌판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젊은 나이 콩밥 먹던 시절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 덕에
열쇠수리공 직업을 얻었다
보청기를 끼고있는 사내
바람은 사내 귓 속 열쇠구멍을 찾는다
불똥 튀기며 열쇠를 복사한다
듣기 싫은 끽-끽- 소음 때문에
서류가방 맨 사내들도
또각구두 신은 여인들의 시선이
쇳가루를 더 튀기게한다
손님들의 발걸음은 언제부터 끊겼던 것일까
익숙한 단속반 사내들의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갈 곳 없는 사내는 버스터미널로 발을 옮겨
신문지로 자신의 영역을 만든다
끊이질 않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사내 귓 속을 간지러 피우고
베게대신 머리를 기댄 페트병도
머리에 미끄러져 사내를 외면하고
어디론가 방황하리라
오늘도 사내는 귀처럼 웅크리고
터미널 속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차가운 발소리를 듣는다



<입선>
서울 진명여자고등학교 2학년 4반 박예진

임 진 각



바람이 분다.
바람의 자락을 깔고 강이 눕는다.

틔여오는 산하.
눈부신 햇살이 은비늘되어 골마다 퍼질 때,
꿈은 소망이 되어
강물을 가르고 있다.

소리가 들려온다.
곰나루에서 지펴 올린 향연이 함성이 되고
이내,
신화가 되어
손길을 엮는다.

결결이 맺힌 사연이
미소처럼 눈물로 날아 오를 때,
손마디마다에 핏줄을 걸면,

사랑은
맥박을 얻어 북소리처럼
한세월 지새온
금빛을 얻는데,

부르는 소리
외치는 소리
별빛 소망인 듯 하늘을 가르면,
속살 수줍은 자태가
여기,
몸을
풀고 있다.



<입선>
서울 혜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15반 윤선미

바람



강 건너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소식
임진각에 버티어 선 소나무같이 늙은
한 여인은 눈을 감는다.

바람이 분다

강 건너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곳
그곳에서 불어오는 들꽃의 향기여
여인은 귓가에 나팔손을 만든다.

바람이 분다

강 건너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그 사람
그가 내쉬는 한숨의 바람이다.
여인의 눈가의 주름위에 임진강이 생긴다.

바람이 분다

강 건너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추억
뛰놀던 산골 어릴적의 메아리가
여인의 흩날리는 흰머리를 매만진다.

바람이 분다

강 건너
망원경으로는 전할 수 없는 안부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의 산소
여인은 조용히 전 잘 있다고 읊조린다.

바람이 분다

강 건너
아직은 망원경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한 여인의 반생이 담긴 곳에서
바람이 분다.



<입선>
서울 대영고등학교 2학년 5반 박신영

들어도 듣지 못한다




어렸을때 나는
바람빠진 풍선 하나를 주었다.
바람이 빠져있는 풍선만 보아도
터질까 두려워 잡아볼 수 없었다.
나는 친구와 싸웠을 때나
남의 크레파스를 분지렀을 때에도
풍선이 커질까 두려워
먼저 후회하고 사과했다.
나는
들으면 들은대로 말할 수 있었고
들은대로 행동 했으며
듣지 않으면 말할 수 없었다.

조금더 자랐을때 나는
이제 풍선을 잡아 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의 성적이 오르길 바랄수록
친구의 물건이 탐이 날수록
나는 풍선을 불어댔다.
풍선이 커질수록
조금씩 터질까 두려워
잠시 멈추기도 했다.
나는
들으면 내식대로 말할 수 있었고
들은대로 곧장 행동하지 않았으며
듣지 않은 말도 들은척 할수있었다.

어른이 되었을때 나는
풍선 부는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고위직급을 받기 위해서
나의 소신을 굽히며
남을 따라갈 때에나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하며
눈치를 볼수록
그 크기는 계속해서 커져갔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풍선은 터져버렸다.
풍선이 터지면서 생긴 소리로 인해
이제 나는
들어도 들을수가 없으며
들었어도 말할 수 없고
듣지 않았어도 말할 수 있게되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이제
완벽한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게 되었고
풍선을 무서워 하고 싶어도
이젠 너무 쉬워져 버렸다.
나에게 이젠
듣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나는 이제 풍선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입선>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5반 한동찬






파도 소리가 들릴때면 내 오른쪽 달팽이관은 꿈틀 거린다.

쏴아아아
내 귓속에선 장마가 한창이다.
태초에 내 귀의 시작은 바다였음을 안다.
적막한 수심 속에서 뒤척이는 파도의 소리와 썰물과 밀물의 난조를 채집해
동굴 깊숙이 빨아들이는 소라!
내 귀에는 열대어의 울음소리가 메아리 치고
대기의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을
낮은 뱃고동 소리가 흘러 나온다.

갑옷같이 딱딱한 껍질은 닳고 닳아
연한 살가죽으로 옆머리 쯤에 눌러 붙었고
바다의 유전자를 가진 내 귀에선
잦은 짠내가 새어 나온다.
도시의 소음과 소라가 품었던 넓은
바다의 미생물들이 뒤섞여
오묘한 화음을 낼 때면
내 가슴엔 어느새,
헐떡이는 아가미가 생긴다.
그 아가미에선 플랑크톤이 날개를 달고 나와 허공으로 날아가고,
나는 입을 뻐끔거려 본다.
내 손가락엔 물갈퀴가 뻗어 나오고
나는 나의 달팽이관으로 다가가기 위해 몸을 움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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