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의 양극화 현상을 고발한다
불온한 그들의 당당한 글쓰기를 기대하며


최강민



2005년의 화려한 잔치가 끝났다. 그리고 다시 2006년의 문학상 잔치가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잔치에 주빈으로 초대받지 못한 변두리(?) 문인들은 여전히 그러할 것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황순원 문학상’ 제3회 수상자였던 ‘방현석’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물타기 사례는 한두번으로 족할 뿐이다.

문학상이라는 잔치는 거의 매번 문단 주류가 인정한 작가들이 1등으로 선정되는 배타적인 행사인 것이다. 문단 주류의 뿌리는 순수문학을 지향한 문협 정통파에서 발원하여, 이것을 부분적으로 갱신한 문학주의를 내세운 <문학과사회>, <문학동네>로 적통이 이어져왔다. 이때 권력 이양의 매개물로 사용된 것은 문학상이다. 문학상의 역사와 전통은 문단 주류가 장기 집권한 흔적을 말해주는 자랑스러운(?) 징표인 것이다.

문학상은 좋은 작품이나 작가를 선별하여 칭찬함으로써 창작을 후원한다. 중요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나 그것을 수여한 심사위원과 주관사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적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 1955년에 ‘현대문학신인상’과 ‘동인문학상’이 생긴 이래 문학상은 문학의 정전을 주기적으로 생산하는 핵심 공장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문학상을 문단 주류의 보수적 문인들이 대부분 나눠먹기식으로 수상하면서 문단의 패권을 장악한다. 문학상은 문학권력의 생산, 분배, 소비의 상징적 과정이 압축적으로 나타난 문학제도인 것이다.

문학상은 언제부터인가 추문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연인 관계(?)를 형성한다. 승자독식주의의 문학상이 존속하는 한 추문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문학상은 추문을 먹고 성장한다. 문학상이 추문을 성찰적 계기로 삼는다면 추문은 독약이 아닌 보약이다. 문제는 한국의 많은 문학상이 자기 성찰성을 반납하면서 부실채권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문학상은 심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여전히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문학상에 대한 기존 비판은 개별 문학상의 차별성 상실, 유명 문인의 타이틀을 내건 문학상이 이름 따로 수상작 따로인 어색한 관계, 학연이나 에콜과 결탁한 패거리주의, 상업주의와 공모한 단편 선호 현상, 심사위원의 고정화와 문학권력의 확대 재생산,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미비, 자사 문예지에 게재된 작품을 선호하는 편파성 등으로 요약된다. 작년 11월에 권지예의 ‘동인문학상’ 수상작의 표절 논란 사건은 중병에 걸린 문학상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문학평론가 전정구는 타락한 문학상을 제도적 사기로 규정한다. 타락한 문학상은 권위보다 일방향성의 권위주의를 생산한다. 문학상의 건강성을 확보하려면 먼저 개별 문학상의 고유한 색깔 확보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처럼 문학상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문제는 문학상 주관사와 심사위원들의 강력한 개혁의지의 실종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보신주의와 기득권 유지 전략은 건강한 문학상의 정착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걸림돌인 것이다.

나는 올해 초 2005년 문예지에 발표되었던 소설을 훑어볼 기회를 가졌다. 이때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과 김종광의 ｢낭만삼겹살｣이라는 작품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이들 작품들은 기존 문학상 수상작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월등한 문학적 공력을 자랑하는 수작들이다. 그런데 이들 작품들은 중요 문학상 어디에서도 후보작으로조차 거론되지 못했다. 이것은 소설이 함량미달이었다기보다 이들의 중요 활동 무대가 문학주의 진영이 아닌 『창작과비평』과 『실천문학』, 민족문학작가회의였기 때문이다. 문단 주류들은 진영 개념의 해체를 주장하며 지면 제공에 넉넉한 인심을 발휘하지만 정작 문학상에 있어서는 편파적 애정을 숨기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노출한다.

근자에 중요 문학상을 수상한 문인을 보면 김훈(황순원문학상), 권지예(동인문학상), 정이현(현대문학상), 정미경(이상문학상), 김애란(한국일보문학상), 윤순례(오늘의 작가상), 김원일(만해문학상), 김연수(대산문학상), 이장욱(문학수첩작가상), 박현욱(세계일보문학상), 박진규(문학동네소설상), 조두진(한겨레문학상), 함민복(김수영문학상), 박주택(소월시문학상), 정과리(김환태 평론문학상, 대산문학상), 서영채(팔봉비평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황종연(현대문학상) 등이다.

이 명단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소위 문학주의 계열의 문인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3대 문학상인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하다. 결국 한국의 문학상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며 문학주의를 전파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중요 문학상을 수상하려면 ‘문학주의’를 신봉하는 충실한 교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상이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문단 주류가 문학상을 문단 통제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작가들은 수상 기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상 수상자 선별 작업에서 가장 악질적인 것은 뽑지도 않을 진보적 문인들을 후보로 올려 놓고 정작 수상자는 다른 사람을 뽑는 행태이다. 이외에도 간혹 가다가 진보적 문인들을 뽑아줌으로써 자신들의 수구적 보수주의를 희석시킬 목적으로 뽑아주는 경우이다. 이러한 들러리에 대해 황석영, 공선옥을 비롯한 몇몇 불온한 작가들은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그 덕에 공선옥은 문단 주류에 의해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문학상에서 배제되었다. 문학상이 문인들의 자발적인 순응성을 유도하면서 불온성을 원초적으로 제거하고 있는 현실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문인들도 기득권에 안주하려고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문학적 색깔을 유지하려는 불온한 자세가 요구된다. 물론 이것은 약자인 문인의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문단 주류는 문학상만이 아니라 문인을 등단시키는 신춘문예나 각종 문예지 신인상 심사위원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문학판은 보수화의 바람 속에 문학주의가 점령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학상은 상업주의라는 독극물에 의해 또 다시 유린된다. 파벌주의(또는 패거리주의)는 상업주의와 야합함으로써 문단의 영구집권화를 겨냥했던 것이다.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이상문학상이 “중단편소설을 시상 대상으로 하는 까닭은 문학의 중심이 장편소설에서 점차 중단편소설로 이행하는 추세를 감안”한 것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문학의 중심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정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단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함으로써 수상집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상업주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상업주의적 의도는 주례사비평이라는 거품을 대량으로 양산시킨다. 한 작품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수개월 전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좀더 시간이 흐른 뒤에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것이 실행되지 못하는 것은 수상집을 상품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문학사상> 2005년 12월호에 실리고, 2006년 1월에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초스피드의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시간적 간격의 짧음은 대상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어렵게 하거나 문단의 평가를 전혀 반영시킬 수 없게 한다. 심사위원들의 일차적 평가가 문학상의 최종 평가와 동일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자칫 잘못하면 원로나 중견급의 심사위원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추어지기에 많은 문인들은 침묵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문학상의 구조적 모순은 계속 재생산된다.

문학상이 상업주의 논리에 감염되면서 작품의 질도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스타작가로 평가되는 이들이 수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상업주의적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문학주의 진영에서 비평적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은 스타작가들이 멀지 않은 시기에 문학상을 수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최근에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정이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이 앞서 언급한 공선옥과 김종광의 작품에 비해 뛰어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유명 문학상 수상집이라고 하면 무조건 구입했던 독자들도 이러한 진실에 눈을 뜨면서 수상집들은 예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지 못한다. 수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작이라고 홍보하며 팔아먹었던 사기 행위에 대한 시장의, 일반 독자의 복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상의 체질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문학주의 진영 문인들에게 문학상을 몰아주는 편파적 태도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작품을 위주로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진보적 문인들의 수작을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지 않는 이중적 행태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문학상이 파벌주의와 상업주의에 점령될 때 문학상의 존립 근거는 더 이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단 주류는 명심해야 한다.

2006년의 문학상 잔치가 시작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하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학상의 양극화 현상이 적절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문학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문학상이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발산할 때, 비로소 문학상은 문학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문학상에서 배제된 변두리 문인들의 글쓰기에서 오히려 한국 문학의 밝은 미래를 발견한다. 현란한 문학상에 현혹되지 않는 불온한 그들의 당당한 글쓰기를 계속 기대해 본다.




[컬처뉴스 2006년 2월 7일]



최강민 1966년생.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 저서(공저)로 [북한문학의 이념과 실체], [1930년대 문학과 근대체험], [탈식민의 텍스트, 저항과 해방의 담론], [한국 문학권력의 계보], [억압과 망각 그리고 디아스포라--구소련권 고려인문학]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