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이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았다. 전국 중고교생들의 관심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예년에 비해 응모자가 부쩍 많아졌으며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여느 백일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빼어난 수준이었음을 서두에 밝힌다. 응모된 작품들은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대한 관심이 엿보였으며 자기만의 개성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나가는 모습들이 참신했다. 더불어 상투적인 표현과 기교가 해를 거듭할수록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특징을 꼽으라면 가족해체의 위기와 실업가장을 둔 가족내의 절망과 갈등을 그린 소재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한참 건강하고 밝게 성장해야할 청소년들이 가정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밖으로 내몰려 의지할 대상 없이 혼자 고민하고 아파하는 작품을 심사하면서 그들의 섬세한 촉수와 예민한 상처가 자꾸만 눈에 밟혀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숨어서 절망하고 울기보다는 문학이라는 대상과 고백성사 하듯 조심스럽게 소통을 시도한 용기 앞에 ‘위대한 문학작품은 모진 상처 위에서 더욱 짙고 고운 꽃 피운다’는 말로 격려하고자 한다.

중등부 시 부문에는 총 54명의 작품 162편이 응모되었다.
그 가운데 12명의 응모자가 본심에 올랐으나 응모작의 수준 편차가 심해 아깝게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시의 경우 3편으로 편수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제한 편수 이상을 보내왔는데 아무래도 원고 매수가 주는 부담감이 산문에 비해 수월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짧으면 시, 길면 산문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모르는 탓일까? 몇 날 몇 밤을 불면으로 뒤척이며 건져 올린 시라 해도 서사와 서정이 강물처럼 잔잔히 흐르기란 쉽지 않다는 것과 쉽게 읽히되 결코 경박하지 않은 시는 절대 만만하게 우리 곁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부득이 다작으로 응모할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작품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기를 당부한다.
허성욱의 「고향」, 유수미의 「거미줄 밑 잠자리」, 장성지의 「달밤」, 최규열의 「찰옥수수」, 김가영의 「거미」, 이자람의 「그러면 진짜 따뜻해요」가 치열했던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들이다.
유수미의 시는 현상에 대한 통찰력이라든가 사물과 나와의 관계에 조심스럽게 접근을 시도한 후 치열하게 사고하는 자세가 우선 칭찬 받을만하다. 그러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아 자칫 장황해지기도 하고 욕심이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결점이 뛰어난 시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임을 밝혀둔다. 그 나이 또래의 정서와 맞닿되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를 진심으로 기대하며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후한 점수를 주기 위해 상을 아낀다 . 장성지의 「일기예보」는 심사위원들에게 피로회복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위트 넘친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본인의 생활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까지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시의 소재로 선택해 순발력 있고 긍정적으로 접근한 장점이 있다. 특히 문학상 응모를 앞둔 초조한 심정을 일기예보에 비유한 참신함이라니... 그 깜찍한 발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고등부 시 부문에는 총 218명의 작품 654편이 응모되었다.
그 가운데 정새힘의 「작은 유산」, 최성희의 「옥탑방」, 최성아의 「종이꽃」, 강민경의「청소부」, 문진영의 「거리」가 본심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
정새힘의 「작은 유산」에서는 열 아홉 인생을 통해 들여다본 겸손하고 진지한 내면의 성찰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함은 자신을 돌보고 지극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어지는데 “정성껏 밥을 주고/ 가슴으로 심장의 발길질 받아내는” (「심장」의 부분) 착한 성품으로 증명되기도 한다. 최성희는 「옥탑방」에서 남대문 시장, 지게품 파는 서글픈 사내의 졸음 가득한 눈을 들여다보면서 “바깥은 안개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취객들이 첫차를 타고 떠난” 후에도 아직 사내는 귀가하지 않아 안타까워한다. 사내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듯 “밤 고양이 옥상을 배회”하고 “비에 젖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잿빛 정경이 사족 없이 그려져 있다. “목발 짚은” 삼촌일 수도 있겠고 “도시의 밤은 안녕”한가로 안부를 대신하는 아버지일 수도 있는 나와 가족간의 애틋한 관계들이 탄탄한 문장의 힘을 빌어 비교적 잘 전달된다. 최성아는 「종이꽃」을 비롯한 5편의 응모작을 통해 나와 가족의 일차원적 관계에서 벗어나 이웃에게로 관심의 폭을 확장시켜가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예순세 송이 종이꽃”같은 “지붕 높은 집 할머니”와 국화빵 노점상 청각장애 부부의 국화향 같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자꾸 일어나려는 보푸라기를 다림질하면서 납작한 세상을 꿈”꾸는 평화세탁소 아저씨와의 만남을 통해 이웃에 대한 애정을 시로 승화해낸 노력이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다.

운문부 대상은 허성욱에게 돌아갔다.
중등부 고학년과 고등부를 제치고 아직 동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중학교 1학년 허성욱의 시 「고향」,「들꽃 한 송이」,「달빛」이 예심 때와 마찬가지로 본심 심사위원의 마음을 오래 사로잡았음을 밝힌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함축된 언어로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으며 자칫 감상으로 치우칠 수 있는 주제마저도 구차스럽게 설명하지 않겠다는 당당함과 감상적으로 치닫기 쉬운 그리움과 슬픔조차도 속 깊이 다독여 쉽게 표출하지 않으려 애쓰는 성숙한 모습이 믿음직한 신뢰로 받아들여졌다. 짧지만 여운이 길고 감동의 울림이 깊은 시를 써낸 대상 수상자와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에 다녀간 응모자 모두가 이미 푸른 새벽 별을 닮은 깨끗한 영혼의 어린 시인이었음을 일러주며 허성욱의 시 한 편을 얹는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동생/ 돌아가신/ 엄마 생각한다/ 달빛을 바라보는 척/ 나도 엄마를 생각한다 -「달빛」전문

본심 심사위원: 이경림 김사인
예심 심사위원: 김해자 손세실리아 최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