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낙하산 대신 민주주의의 전령을 세워야 한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박상증 목사를 임명한 안전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최근 안정행정부가 박상증 목사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70~80년대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이 기관은 독립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면 안정행정부가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이사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근 안전행정부는 대표적인 친박 종교인인 박상증을 일방적으로 선임하여 직원들과 시민사회의 저항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창중, 윤진숙씨 등의 부적절한 인사파동의 당사자인 박근혜정권의 예고된 인사참사라 할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름 그대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할 자세와 능력이 있는 인물이 책임자가 되어야 할 기관이다. 국가기관이기는 하지만 정부나 국가권력의 목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기관의 특성이나 성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권력과의 친밀성을 내세워 차지할 수 있는 낙하산용 안락의자가 아닌 것이다. 박상증 목사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여 세상을 얼굴이 알려진 종교인이지만,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적인 목사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인사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라는 상징적인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계승할 의지가 있으며, 그 운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역사적 기록을 만들어 후세에 물려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정당한 절차는 물론 국민들의 동의도 받을 수 있는 인품을 소유한 사람이 발탁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상증 목사는 이 항목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친박’과 ‘뉴라이트’라는 명패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임명되어야 하는가?
이에 우리는 안전행정부의 결정은 즉각 취소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임명의 책임자 또한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의 무능함을 질책하면서 뒤로는 끊임없이 부적격한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 그것을 방조하거나 지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게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지난 1년여 시간동안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과 이것을 덮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목격하였다. 이 사태 또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조차 정권의 전리품으로 앗아가려는 의도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다 가질 수 없다는 것,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진실로 아끼고 수행하는 사람들의 것임을 우리는 안다. 이 자리는 민주주의의 전령이 힘껏 일해야 할 자리이다.
2014. 2.21 (사)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