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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 폭파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지난 2월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얼마만큼 야만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구럼비 바위가 갖는 의미와 상징을 작가들이 느끼는 만큼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우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는 단순한 바위덩어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구럼비 바위와 엮여 있는 숱한 목숨들이 있거니와, 그중에서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그 바위를 통해 바다를 만났고 그 바위를 중심으로 삶을 꾸려왔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위해 구멍을 뚫자 용천수가 솟아나와 작업이 일시 중단된 적도 있었듯,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면 서귀포 시민이 식수 때문에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마을 노인의 지적이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하여 기각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구럼비 바위가 갖는 서귀포 일대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을 체험적으로 말한 것이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지어야 한다는 정부 및 해군의 논리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언어가 그 짜임새가 갖추어졌다고 모두 윤리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현정부 들어 극심한 언어의 타락을 겪고 있음을 숱하게 보아왔다. 심지어 사실 관계를 비틀고 뒤집어서 형식적 구조만 짜맞춘 사특함까지 봤다. 이번 해군기지 건설의 이면에도 온갖 기만과 협잡이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국가정책을 들먹이며 강행하려는 것에는 보다 더 추악한 무엇이 있지 않은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동북아 정세는 가파르게 이분화되어 그중 가장 큰 피해는 우리가 입을 것이라는 해외 석학들의 지적도 있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제주도가 언제나 외세의 침략과 간섭이 있을 시 매번 기지화되었거나 절멸의 직전까지 갔던 4.3의 기억만 되살려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정부와 해군이 어리석게도 이런 역사적 교훈을 되짚어보기라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러한 과정마저 갖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의 시간이 아직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겠다고 달려드는 해군에 대해 제주도 우근민 지사의 보류 요청을 무시하는 태도는 정부와 해군이 분명 눈앞의 이해 관계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직감하게 한다. 사소한 절차적 정당성도, 마을 민주주의에 대한 털끝만한 이해도 없는 이들이 감히 역사를 되짚어가며 미래를 가늠해봤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국가의 중대사라 하더라도 그 중대사의 구체적 내용이 이 땅에 사는 목숨들과 관계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들만의 중대사’일 뿐이다. 사람의 삶과 그 공동체가 안중에도 없는 정부와 해군에게 사람 아닌 다른 생명체를 품어 안아달라는 주장은 차라리 사치에 가깝고 문학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와 해군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땅에 머무는 우리들의 시간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으며 더 큰 시간이 다음 세대와 세대를 거쳐 흘러간다는 것이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지어서 볼 영화는 짧고, 맞을 수 있는 고통과 참화는 그만큼 더 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제발 파괴와 죽임의 행진을 멈추어라!
2012년 3월 7일
(사)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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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