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응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시 부문 당선자 - 민경란
■ 소설 부문 당선자 - 정라헬
■ 시 부문 심사평
응모된 작품은 총 250여 편이었다. 이 중 심사위원들은 「사바나 세탁기」외 10편, 「비의 기원」외 14편, 「말들 길들이다」외 4편, 「콩깍지」외 4편, 「눈 사골국」외 10편, 「실로암은 생각한다」외 4편을 주목했다. 각각의 시적 개성과 응축이 돋보이는 시들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신인상의 작품으로 밀기에는 다소 신선한 맛이 부족하고 더러 동봉한 작품의 수준이 표제작에 비해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논의된 결과로 압축된 시는 최종 「사바나 세탁기」외 10편과 「비의 기원」외 14편 이었다. 「사바나 세탁기」는 혀닐 의식에 발을 두고 있는 상상력이 돋보였다. 가령 "굶주린 코끼리 한 마리가 하수구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고 있다"로 시작되는 시적 전개는 우리 시대의 군상을 연유하며 현실의 첨예한 구석에 시적 교감이 닿아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고집스럽고 투박한 면도 있었지만 믿음이 갔다. 동봉한 「다문화의 봄」, 「리모컨의 황제」 역시 이 시인의 시로 관통하고 싶은 현실이 상상력의 투망에 잘 담긴 시라고 생각되었다.
「비의 기원」은 감각적이고 참신한 시어들이 매력적이었다. 새로운 언어들과 낯선 이미지들의 충돌이나 접점은 새로운 시어의 출현을 예감하는 중요한 자리를 준비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관념에 가까운 이미지들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시는 관념이 아닌, 언어로 사유하는 흔적이다. 그런 점에서 동봉한 「소리를 깨우다」는 믿음이 간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사바나 세탁기」와 「비의 기원」중 「비의 기원」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기로 헀다. 마지막까지 논의한 결과 이번 심사는 동봉한 시들의 '완성도'와 시적 '형상화'에 최종 기준을 적용했다. 축하한다.
심사위원 | 정우영, 김경주
■ 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은 한 시대를 증언하는 방법이다. 말해지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사라질지 모르는 존재들을 증언하기 위하여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이들이 여태 많다는 것은 어쩌면 어수선한 지금, 우리에게 내려진 축복일 수도 있겠다.
「터미널」과 「로그아웃」, 「히치하이킹」, 「실비집」그리고 「발재봉틀」을 마지막까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톡톡 튀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더 만져져야 할 부족한 부분들이 함께 눈에 들어왔다.
정라헬 씨의 「발재봉틀」은 심사자들의 의견이 상당히 엇갈리기도 했던 작품이다. 주인공과 아내 연실, 옆집 형씨와의 관계설정이 돋보였으나 동시에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고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학습지 회원들의 등장이 다채로웠지만 동시에 산만했다. 분명 단점이 있었지만 심사자들이 「발재봉틀」에 주목한 것은 응모자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어투였다. 뜬금없는 문장이 나타났다 싶으면 곧바로 그 문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등장인물. 매우 거침없이 이어지는 인물들의 연결고리가 이 작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짧은 단편소설에서 그런 부분은 한 시대의 존재들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는 장점으로 발현된다. 그 장점은 응모자가 함께 투고한 「하얀 꽃」과 「토파즈 목걸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었다.
「발재봉틀」이 가지는 한계-예를 들자면 단순한 오타의 정도를 넘는 문장의 잦은 실수라든지 아내 연실의 이야기가 다른 수많은 등장인물에게 밀려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재봉틀의 의미가 모호해진 것 등-를 다른 두 투고작들이 상쇄해주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며칠간 이어진 논의 끝에 우리는 「발재봉틀」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완결된 작품성보다는 응모자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도연, 김미정, 김서령
공지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