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인천작가회의 [초대글] 1987년부터 꾸준히 지역사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해오며 사회 문제에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삶을 무대로 한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의 제4회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첫발을 디뎠다. 이번에 초대된 소설집 『거대한 뿌리』는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를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끄집어내고 있는 김중미 씨의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성장배경이 바탕인 이 소설집은 작가의 성장기였던 사춘기 시절 ‘동두천’을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이야기로 여전히 우리 역사의 음지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실존적 삶의 애환에 뿌리 깊게 천착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수백만의 이주노동자와 혼혈 문제, 미군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그가 길어 올리는 이야기는 바로 현대사의 거대한 뿌리와 하나이기도 하다. 제8회 우리 시대 작가와의 만남 - 김중미 소설가와의 만남 - 『거대한 뿌리』(검둥소) ■ 일시: 2007년 12월 1일(토) 오후 5시 ■ 장소: 인천 교보문고 이벤트홀 ■ 주최: 인천작가회의 ■ 후원: 인천 교보문고 ․ 한겨레출판 ■행사 진행 사회-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1)인사말 -이해선(소설가, 인천작가회의 지회장) 2) 작가 소개 -사회자(김제곤) 3)작품에 대한 작가의 말 -작가(김중미) 4) 작품 낭독 - 작가 낭독 - 김중미 - 동료 낭독 - 회원 - 독자 낭독 - 시민 5) 작가와의 대화 - 질문1 - 회원 - 질문2 - 인천시내 문학 동아리 회원 - 질문3 - 시민 독자 - 질문4 - 평론가 6) 저자 사인회 7)식사 및 담화 ■초대 작가 김중미 소설가(사진제공 검둥소)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부터 만석동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을 꾸려 활동했다. 1999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제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종이밥』,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내 동생 아영이』 등을 펴냈다. ■책갈피1 “정아야, 내가 말한, 너다워지는 거, 당당하게 사는 건 네가 아무런 미래도 없는 이주노동자랑 연애하고, 그래서 스물둘에 덜컥 임신을 해서 애 엄마가 되라는 건 아니었어.” 내 말에 정아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볼멘소리로 물었다. “아무런 미래도 없는 이주노동자라니요? 그럼 난 뭔데요? 나는 미래가 있어요? 선생님 친구처럼 이주노동자를 돕는 활동가는 괜찮고, 이주노동자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아이를 갖는 건 안 된다는 게 말이 돼요? 도대체 뭐가 달라요? 선생님도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어요? 손바닥 뒤집듯이 그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선생님은 저랑 자히드 관계를 이해할 줄 알았어요. 제가 선생님한테 말을 못한 거는 다만, 다만 내가 덜컥 임신부터 한 때문이었어요.” 정아는 나를 경멸하듯이 바라보며 눈물을 그렁거렸다. 나는 결기 어린 정아의 말에 우두망찰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정아가 제 엄마처럼 될까 봐 걱정스러울 뿐이라고, 자히드란 청년이 정아 아버지처럼 정아의 발목을 잡아끄는 늪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변명을 하지 못했다. 정아의 말에 표리부동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본문 ‘정아의 연인 자히드’ 중에서- ■책갈피2 『거대한 뿌리』를 읽으며 동두천에게 미안했다. 우리 역사의 음지이며 특별한 흔적이며 아픈 현실이었던 동두천. 그 동두천 사람들과 양색시와 혼혈아들에게 미안했다. 막연한 연민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랑과 이해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무리 더러운 역사와 진창이라도 우리의 뿌리가 되어 있는 것들을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인종과 신분과 태어난 곳과 성과 직업의 차별을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이것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과 함께 떠난 여행은 아깝지 않았다. -도종환(시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 씨가 자기 체험과 기억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길어 올린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을 관통하는 이 땅의 어둠과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피투성이 대결 정신의 소산이다. 기지촌의 어둠, 빈민촌의 어둠,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어둠이 켜켜이 쌓여서 세기를 건너는 『거대한 뿌리』를 이뤄냈다. 어둠을 흠뻑 빨아들인 작가의 붓은 김수영의 시에도 나오지만 이 땅에서 결코 내쫓을 수 없는 저 ‘무수한 반동’들의 초상을 그려낸다. 내 안의 어둠과 또 다른 어둠이 눈물겹게 화해한다.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