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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 [성명서] 저항의 시간을 기억하고 노래하라(3/10)
이름 김남영 이메일



저항의 시간을 기억하고 노래하라

더디게 오는 봄날, 한 줄기 청신한 바람이 불어온다. 비로소 우리는 살아있는 인간, 삶의 주인임을 자기 증명한다.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이른바 위악적인 권력, 그 중심에서 나르시즘으로 경사된 한 인간을 목격했고, 그 권력에 저항하였다. 저항의 시간은 심연으로부터 길어 올린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시간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기만과 허위를 분쇄하고 있다. 비로소 우리의 시간은 살아 숨 쉬는 것이 헛되지 않음을, 살아가는 것이 허무한 것이 아님을 고지한다. 오늘은 바로 그런 날이다. 기쁨의 눈물을 쏟으며 이 시대의 주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노래하는 그런 날이다.

과거, 이미 오염된 내일인 과거를 이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짓밟힌 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희생을 저 부유한 이들의 쾌락의 도구로 삼는 일체의 불의에 더 이상 참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는 날이다. 정의로움을 기각시키려했던 불의한 세력들, 자신의 부끄러움을 무치의 감각으로 망각시키려 드는 자들, 권력자들의 의식에 음각된 구태의 망령들이 우리의 삶을 주재하려고 하여도 그럴 때마다 민주주의가 벼린 칼끝은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자각하는 기쁨의 날이다.

노예가 아니기에, 짐승이 아니기에 우리는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민주주의의 탈환, 민주주의의 복귀는 저 거리의 촛불들이 보여준 충실함의 체험이자 서약이다. 이 서약은 너와 나의 이기적인 벽을 허물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게 한다. 참된 것이란 바로 사람들의 믿음, 거리의 체험에서 나온다는 말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었다. 이것의 전면적인 승인, 구태의 작태를 오래된 칼로 벼리는, 우리는 민주주의의 대장장이요, 역사 속에 살아 있는 국민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어 왔다. 붓끝으로 온몸을 밀고 나가려는 이들을 권력은 비열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는 작태로 분류하고 구분지었다. 오늘 헌재의 결정은 이 불의에 대한 준엄한 타종이자, 경종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불의의 길로 인도할 수는 없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선명한 주체의 탄생, 이 나라를 이끄는 주체는 국민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희망마저도 박탈시키고자 한 저 권력의 무리들이 경악스럽다.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나약한 권력이 공포를 변주할 때마다 그에 맞서서 단단해진다. 인간이 된다는 것, 우리가 주인이라는 양심의 목소리가 저 깊은 구렁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성명서는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귀중하고도 역사적인 결정을 상기하며 민주주의와 저항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각오이자 의지이다. 다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혁명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그 이후를 부산작가회의의 문학인들은 상상해야만 한다. 기억하고 상기하고 권력의 오만에 저항하는 재생산으로써의 문학을 상상하자.

2017년 3월 10일 부산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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