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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남] 최상해 시집 <그래도 맑음>(문학의 전당,2016)
이름 해빈 이메일
첨부 최상해_시집.jpg (183.2K)
첨부 최상해시집 2.jpg (210.8K)





책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226.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경남작가회의 회원이자

‘객토문학’ 동인으로서 시대적 삶에 대한 따뜻하고 묵묵한 문학적 실천을 다해 온 최상해 시인의 첫 번째 시

집. 이 시집에서 그는 삶과 동떨어진 먼 곳이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의 자리, 지금 이곳의 삶의 이야기

를 들려준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낱말은 ‘아픔’과 ‘햇살’인데, 최상해 시인은 시를 통해 지난

세월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 치유의 약은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미는 행동이다.

“어두움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린 과거의 상처들을/세상에 내어놓”고, 광장으로 햇살 속으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환하게 보인다. “어둠이/지독할수록/바람이/세찰수록/빛나는/별 하나/내 가슴속에 산다”고 노래하는

시인은, 스스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만큼 작은 것들과 함께 “그래도 맑음”이라는 희망의 싹을 애써 틔운다.  


저자; 최상해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경남작가회의 회원과

〈객토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fluteds@hanmail.net  


책 속으로  



원고료로 쌀이 왔다

축하하네!

글을 써서 밥을 구했으니

큰일 했네!

동인(同人)이 보낸 카톡 문자가

마치 시대를 건너

아이 네다섯 딸린 가난한 선비네 가장처럼

뭉글뭉글 가슴은 뜨겁고

쌀을 바라보는 식솔들 초롱초롱한 눈

4kg 쌀 한 봉지가 참 대견하기만 하다

한국 비정규직센터에서 원고료로

쌀이 왔다

내 글이 그들에게

한 올 한 올 차진 밥이 되었으면 좋겠다(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마당 한구석에서 푸릇푸릇한 상추를 솎았다.

손바닥에 척척 얹어서 쌈을 쌌다.

무엇을 넣고 싸서 먹어도 제 향기를 내는 상추처럼

걸림 없이 맛깔스럽거나 깔깔 재미있거나

착착 달라붙어 제 역할을 다하는 삶이 되지 못했다.

어둠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린 과거의 상처들을

세상에 내어놓는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먼저 붉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인들의 성화에 오래 묵혀놓은 것들을

썩기 전에 햇볕에 풀어놓는다.

이제는 어둡고 두려웠던 길을 돌아보지 않아도 되겠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뿌우연 황사로 덮여 있지만 잡아주는

손들이 많아 맑은 날이 더 많겠다.

〈객토문학〉 동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출판사 서평>  


아픔과 슬픔으로 햇살을 빚어내는 시


아프고 또 아픈 현실 그의 눈길이 가닿는 곳에는 어디나 아프고 쓰린 상처가 있다. 상처를 돌아보면, 지금 우리의 삶은 스무 살 그

시절에서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았던 곳곳이 지뢰밭인

내 이십 대가 그랬듯

반값등록금은 여전히 부기가 빠지지 않았고

아르바이트에 대출에 대학을 졸업해도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없는 것은

내 이십 대나 아들의 이십 대나 변함이 없다

-「유효기간」 부분


눈앞의 현실이 그에게 “곳곳이 지뢰밭인” 자신의 이십 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1980년, 스무 살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터져버릴 것 같았던” 불안과 공포와 아픔 덩어리였다.


창에 얼굴을 붙이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기라도 하면

결코 지워낼 수 없었던 시간, 80년대가

스멀거리며 밀려왔다


경찰서 문을 나서고도 한참

아프도록 꼬옥 눌러 잡은 손을

땀이 흥건해지도록 놓지 않으시던 아버지

믿는다 나는,

핏빛 노을 속으로 긴 한숨을 내놓으시며 하시던

짧은 그 한마디

-「유리벽」 부분


무언가를 오래 바라다보거나, “창에 얼굴을 붙이고/오래오래 들여다보기라도 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80년대가/스멀거리며 밀려왔다”. 그에게 80년대는 ‘결코 지워낼 수 없’는 시간이다. 아버지의 손에 붙잡혀

‘경찰서 문을 나서’는 스무 살의 자신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결국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뒤,

그에게는 항상 두 개의 ‘나’가 있었다 .“유리벽 안에도 밖에도 내가 서 있”어서 유리벽을 응시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반값등록금’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났고, 대학생이 된 아들들은

아르바이트로 청춘의 시간을 날리고, 졸업한 뒤에는 비정규직 일자리, 학비 대출금과 이자에 휘둘린다.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없는 것은/내 이십 대나 아들의 이십 대나 변함이 없다”.

“대학 졸업보다/공장에서 용접 일을 선택한/아들이/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 내 아버지가 그랬듯/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잘 자라는 말을 건네는 일”(「잘 자라」)밖에 없다. 출구가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분노

가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곪아야 터진다는”(「유효기간」)데 차라리 곪아 터지면 좋으련만, 나날이 쫓기는

삶은 “곪을 여유조차”주질 않는다. 다만, 추락이 있을 뿐이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맨 앞에 서서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 분명하던 그녀가

무기력한 몸을 안고

강릉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베란다 화분에 배추흰나비 한 마리

날아들었다


날개를 움직여 한 번만이라도

똑바로 날아보려 해도 벼랑 끝으로 몰리기만 한다는

그녀의 소식이

수화기를 타고 가슴 한쪽에 와 박히던 날

한쪽으로 한쪽으로

맴돌기만 하던 배추흰나비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배추흰나비-순래 언니」 부분


자유를 위해 몸부림치던 ‘순래 언니’는 거대한 세상의 유리벽 안에 갇히고, 배추흰나비가 되어 “바닥으로 툭

- 떨어졌다”. 세상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 추락하게 만든 것이다. “봄이 쉬이 올 것 같지 않다며” 화분 하

나를 맡기고 간 ‘유정 선배’ 또한 그에게는 “겨울 수숫대처럼 깡마른” “슬픈 봄”(「봄이 슬픈 이유」)으로 다

가온다. 끝없는 욕망으로 차오른 자본은 초고층 아파트로 자신을 드러낸다. 시인은 “지상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 50층”에서,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곳에 두 눈을 감고 지상으로 출렁”(「날개 없는 새들이 산

다」) 떨어지는 악몽을 꾼다. 이처럼 곪아터져야 할 것들은 더욱 높아만 가고, 여리고 약한 이웃들만 추락하

는 현실이다.


죽어라 밥을 위해 일하고 또 일했는데

공장이 폐쇄된다니

싸워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데

싸울 상대가 없으니

일하는 것조차도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시대 앞에

-「단절의 시대」 부분


‘단절의 시대’ 앞에 그는 자기반성을 잊지 않는다. 세상의 고통에 뜨겁게 가닿지 못한 반성! “내 눈 속에 박힌

티 하나가”, “폐지를 실은 손수레 위에, 300여 일 멈추어 있던 타워크레인 위에 내 시선이 단 1%라도 뜨겁게

가닿은 적 있”(「티」)는지 묻고 있다. 그러고는 “이 먼 남쪽 땅 창원에서 가슴 한구석 꺼질 듯 여린 촛불 하

나 켜”(「창원」) 든다.


글이 밥이 되었으면


세상에 소중하게 쓰이는 존재는 대체로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든 겉모습만 보고 지내

다가는 본래의 모습을 잊기 마련이다. “가족사진을 반듯하게 걸고 있”거나, “일년 내내 무거운 달력을 매달

고 있”는 ‘못’을 떠올려보라. 가족사진에 눈길을 주거나 달력의 날짜를 짚어 보면서도 ‘못’은 떠올리지 않는

다. 그래도 그 못은 “땀내 절은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못」).

시인은 “내 글이 그들에게/한 올 한 올의 차진 밥이 되었으면 좋겠다”(「밥」)고 고백한다. 시인에게 그 밥은

‘못’의 다른 이름이고,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늦은 밤, “긴/전화선을 타고” “친정엄마/치매에 대해/조곤조

곤/쉼 없이/쏟아내”는 올케의 이야기를 “봄밤/봄비처럼/잘박잘박” 받아 안는 마음이다(「봄비」). 이처럼

“아무도 모르게 강은 모래톱을 쌓는다”(「오후」). 그가 시인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은 이런 일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일, 그렇게 차진 밥이 되는 일.

그 밥은 “식구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의 걱정을 읽어내고, 서로를 위로하는 공동체적 삶의 바탕이기도 하

다. 이때, “그 밥상 앞으로 가족이 모이도록 했던”(「밥을 짓다」) 이가 엄마이다. 그런 엄마가 되고, 밥이고,

못이고, 사랑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날이 부대끼는 삶은 그리 단순하고 만만하지 않다.


나는 매달 돌아오는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정리하는 날이면

현금인출기 앞에서 면접 보듯 몸이 먼저 굳는다

아니나 다를까 저번 달처럼

잔액이 부족하다는 친절한 목소리에

면접에서 떨어진 것을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홧김에 인출기를 발끝으로 툭 툭 찰 때도 있다

…(중략)…

내가 돌아선 자리에 또 누군가 굳은 얼굴이 되어

면접관 앞에 자신을 세우고 있다

-「면접」 부분


현금인출기 앞에서 몸이 굳어지고, “잔액이 부족하다는 친절한 목소리”에 “홧김에 인출기를 발끝으로 툭

툭” 차기도 하지만 그는 곧 깨닫는다.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돌아선 자리에 또 누군가가 굳은

얼굴이 되어” 나처럼 서게 될 것임을 짐작한다. 이처럼 그는 개인사의 고통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 사회로 시

선을 가져가는 건강함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끝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시간은 언제나 과

거에 머문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 그는 지금 여기에 머물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가끔 스무 살 적 창가에

나를 꿇어앉히기도 하지만

내일은 여전히 맑음

깜깜하고 무겁던 그림자를 끌어안고

여인숙 골방 깊숙이

슬픔의 무게만큼 가둬놓았던

한때의 시간, 그래도 맑음

-「해피엔딩」 부분


아파 본 사람만 진짜 꿈을 꾼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낱말은 ‘아픔’과 ‘햇살’이다. 최상해 시인은 시를 쓰면서 지날 세월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 그 치유의 약은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미는 행동이다.


햇살이 내 등을 어루만져주고

내가 햇살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그 사이가 10분이라도 충분하겠다

-「사이」 부분


그는 “여우 꼬리 같은 햇살 한 줌”에도 힘을 얻는다. 그 힘으로 이번에는 “내가 햇살의 손을 잡아”준다. 서로

가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고, 손을 잡아주는 ‘사이’, 그래서 더 따뜻해지는 세상을 그는 추구하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였으나 언제나 자유롭지 못했던 그, 세상의 아픔에 단 1%라도 뜨겁게 가닿은 적이 있었는지

반성하는 그, 세상의 현금인출기 앞에서 몸이 굳는 그, 한 곳에 시선을 모으기만 하면 눈물이 맺히는 그. 강

물이 아무도 모르게 모래톱을 쌓듯, 아픔과 상처를 가만가만 등 두드려주는 시인, 벼랑 끝에서 손 내미는 시

인, 가슴 한구석 꺼질 듯 여린 촛불 하나 켜 든 시인, 아픔과 슬픔으로 햇살을 빚어내는 시인이다.


“반드시 건너가야 할, 강을 앞에 둔/저 광활한 세렝게티 초원의 누떼처럼”(「초보운전」) 그는 새로운 출발

점 앞에서 있다.  


<추천 평>  


시인의 눈은 시대의 눈이라고 한다. 시인은 시인이 살아가는 현실의 삶을 외면할 수 없는 업보처럼 무거운

짐을 진 자라고도 한다. 그래서 시인의 가슴은 한없이 여리지만 강하고, 냉철하지만 따뜻할 수밖에 없다. 최

상해 시집 『그래도 맑음』에는 덧나고 곪은 시대의 상처들과 아우성이 곳곳에서 윤슬처럼 반짝거려 읽는

내내 아프다. 76만5천 볼트의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탑을 반대하며 싸우는 밀양 할매 할배들의 삶이 그렇

고, 상시 해고의 위협 앞에 가슴 졸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땅 노동자들의 삶이 그렇다. 나아가

시대를 앞서 걸어간 선배들과 시인이 이십 대에 몸으로 부딪혀 부수고자 했던 견고한 벽이나 중년이 된 지금

도 변함없는 시대의 부조리 앞에 산산이 부서지는 내일이라는 희망이 그렇다. 그래서 이 시집은 그늘진 곳에

서 따뜻하고 더욱 빛나는 시집이다. - 표성배 (시인)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제1부

밀양 13

위대한 탑 14

쓸쓸한 문장 16

밀양 간다 18

일기 20

담쟁이 23

악어떼가 나타났다 24

X 26

평화의 이름 앞에 28

블타바 29

히도 아재 30

너의 동백꽃이 되다 32

함안 창녕보에서 34

손 36


제2부

창원 39

단절의 시대 40

서울 42

밖 44

유리벽 46

배추흰나비 48

잘 자라 50

유효기간 52

사상의 거처 54

자유로에서 56

러시아워 58

매듭 60

에이리언 62

티 64


제3부


못 67

밥 68

밥을 짓다 70

장마 72

버릇 74

집 76

면접 78

기도문 80

해피엔딩 82

그늘 84

어머니 86

봄비 87

오후 88

수술실 앞에서 90


제4부


봄이 슬픈 이유 93

북극성 94

사궁두미 96

초보운전 98

트라우마 100

춘분(春分) 102

사이에 104

봄밤, 병실에서 106

품절이십니다 108

역방향 110

석류가 익어가는 집 112

길 114

사이 116

날개 없는 새들이 산다 118


해설|아픔과 슬픔으로 햇살을 빚어내는 시 119

/이응인(시인)


이재한 2017.04.22 5:28 am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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