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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거의 나가 본 적이 없는 터라 그런 사정을 잘 몰랐지만 요즘에는 해외여행이 그리 신기할 게 없는 일인지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곤 한다. 누군가 말하기를 해외에서 한국 사람과 마주쳐도 그리 반갑지가 않다고 한다. 단기 여행자뿐만 아니라 장기 체류자 역시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통념이 흔들린 것은 물론이거니와(나는 여태도 신경림 시인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에 한결같이 동의하므로)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지겨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처럼 마주치는 얼굴들을 타국에서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며 할 수만 있다면 모른 체하고 싶었던 것이다.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떠났건 자신의 꿈을 위해 떠났건, 그곳에서마저 동류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나는 달리 상상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는 서로를 지겨워하게 된 것일까. 언제부터 다시 사람이 사람에게 늑대가 되었으며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모파상의 소설을 들춰본다. “쉽게 죽을 수 있는 방도라도 마련해 주시오! 당신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조금도 도와 주지 않았소. 그러니 죽을 때라도 도와 주시오. 보시오. 우리는 이렇게 수가 많소. 그러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도 말할 권리가 있지 않겠소. 살기를 포기하는 우리들에게 끔찍하거나 무섭지 않은 죽음을 선사해 주시오.” 국가라는 비윤리적 공동체를 용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인 복지마저 공공연하게 거부하는 그들이 이런 말에 귀기울일 리 없겠지만 그들 역시 새로운 형태의 저항에 조만간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삶과 죽음 그 어느 쪽도 안락할 수 없는 이곳에서.
<201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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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