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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독서의 방법이야 저마다 다를 테니 뭐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자세의 문제라면 이런 말은 할 수 있겠다. 그대는 경탄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대는 눈 앞에 펼쳐진 경이로움을 수긍할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종종 이중섭의 ‘흰소’를 처음 보았을 때의 경탄을 되새겨보곤 한다.(이 그림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낯설고도 낯익은 짐승이 아니던가.) 박노해의 시 ‘어머니’를 읽을 때 ‘오 어머니! 당신 속엔 우리의 적이 있습니다’라는 구절 앞에서 나는 얼마나 서늘해졌던가(어머니는 대지다. 우리가 짓이기는).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이문열의 <구로 아리랑> (이 소설에서 인간은 하나의 주체로 거듭나지 않던가. 그가 어쩔 수 없이 소설가라는 증거다)에서, 김소진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나는 소위 시민적 진실을 이처럼 철저하게 회의한 소설을 알지 못한다)에서….
그러나 주의할 점은 독서에서 경탄과 경이로움이란 번쩍 하며 찾아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기나긴 몽상의 끝에 찾아온다. 그 과정은 지루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얼마나 느리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창조적 몽상의 대가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이를 두고 아예 ‘느린 독서’라고 이름지었다. 완전한 독서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은 경이로운 것들 앞에서 기꺼이 감탄할 자세 하나면 된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는 책 너머의 것들에 감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읽는 행위가 아니라 교감하는 행위다. 좀 더 외설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문장들과 속삭임을 나누고 손길을 나눈다. 책과 동침하고 책과 사랑을 나눈다. 책은 우리 안에서 익어가고 발효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책과 하나 된 스스로를 출산한다.
<2010.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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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