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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두렵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 전쟁을 이종격투기쯤으로 치부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홀로 링에 올라 홀로 상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이 두렵다고 하든 두렵지 않다고 하든 그건 철저하게 그 혼자만의 문제이다. 하지만 전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전쟁을 당신 혼자 치른다면 나 역시 모른 척해줄 수 있다. 당신이 전쟁광이든 아니든 그건 당신의 문제이므로). 그러므로 누군가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해서 그는 퍽 용감한 사람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전쟁이 두렵지 않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에 가보길 권한다. 거기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당신 같은 이들이 쏘아 보낸 포탄에 맞아 죽게 될 것이다. 포탄에 맞지 않는다면 굶어죽을 것이다. 오, 그저 공포에 질려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그 옆 중·고등학교를 가보라. 푸른 저 여학생들은 컴컴한 공장에 앉아 탄환을 만들게 될 테고 남학생들은 학도군 따위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가버린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두렵지 않다면 경복궁 경회루에 올라보라. 당신 같은 이들이 떨어뜨린 폭탄에 무너질 것이므로. 그대 다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배인 결 고운 기둥을 쓰다듬지 못하리라.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순식간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과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생겨날 것이다. 자신의 집에 두툼한 지하벙커를 마련한 자들조차 언젠가는 전쟁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겁쟁이라는 비난이 두려운가. 그러나 전쟁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겁쟁이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야말로 비열하게 용감한 자다. 전쟁 위협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권좌를 유지하는 자들.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자들.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오늘 이 순간이다.
<2010.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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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