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권력욕을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 개인심리학의 시대를 열었던 아들러 역시 권력욕을 인성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나는 심리학자들의 권력욕에 대한 견해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권력욕을 갖게 되는 경위를 보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처음부터 타인을 짓밟고 싶어했을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라고 주장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대체로 우리가 권력욕을 느끼는 순간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 의해 소외될 때이다. 오히려 우리의 본성은 타자와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다는 것이지 타자를 짓누르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질서를 지켜 줄을 설 때 권력자들은 우리 곁을 유유히 지나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목적을 이룬다. 매표소에서 관공서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우리는 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우리의 삶은 차라리 이러한 차별과 구별짓기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방금까지 권력자 앞에서 굽실거리던 사람이 우리 앞에서는 눈알을 부라린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권력자들은 심지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서조차 특별대우를 받는다. 나는 권력자치고 감옥에서 휠체어를 타지 않은 자를 본 적 없고 또한 그런 자들이 출소하여 멀쩡하게 두 다리로 걷지 않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권력욕이 추악한 이유는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똑같이 하나의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욕망이 실현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타인을 억압하려는 욕망을 지니게 된다. 권력을 지닌 자들이 양보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평등주의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순진한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어쩌면 심리학자들의 견해가 옳을지도 모르겠다.
<2010. 03. 02>
|
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