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를 먹다

강상윤 시집

강상윤 지음 / 발행일 2014년 2월 11일

ISBN 978-89-6039-594-7(04810) / 값 9,000원

■ 책소개

2003년 《문학과 창작》을 통해 등단한 강상윤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강상윤 시인의 이번 시집 작품들은 생태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상상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차례

시인의 말

곤떡

자퇴생

열자를 읽으며

공장행

미루나무 발전소

땅속이 환하다

내를 건지다

봄신

이끼 폭포

아니마

앞집 여자

하늘 지붕

매미 여인

돌래떡

봄눈

흔들리지 않는

북측 안내원

만복사지 석인상

목격자를 찾습니다

뱀

감응(感應)

못 곁의 할머니

안부

소래에서

내 마음의 연등을 달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

당현천을 걸으며

이발

백담 시편

적설(積雪)

고요한 소리

안온(安穩)

그리움

마른 내를 걸으며

산책

숨은 단풍

삼나무 고사목

자운영

이어도

석모도

폭풍 주의보

바람 묻어 놓은 자리

대숲

빗소리 밥을 지으며

야영

이 덕구 선생 산전(山田)

금산 공원

고랑포

월식

내금강 합수제(合水祭)

바리메 오름

불암산 노을

꽃 창살문

눈물

행복

뾰족한 것이 새 생명이다

일송정 가는 길

장백 폭포

신고승열전 1

신고승열전 2

해설 | 이지엽

에코이즘과 통일의 시적 상상력

■ 저자소개

강상윤

1958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2003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하였다.

2004년 첫 시집 『속껍질이 따뜻하다』를 출간했다.

현재 중화 고등학교 교사이며,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작품소개

강상윤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만주를 먹다> 속 작품들은 생태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상상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번 시집도 첫 시집에서 얘기했던 "정작 쓰고 싶은 것들"의 연장선 위에 이 두 가지의 상상력이 뚜렷한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다. 강상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뿐만이 아니라 인간·이성 중심의 지배 구도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되었던 소수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인의 "정작 쓰고 싶은 것들"이 이념의 적들이 사라진 이 시기에 자연히 이 생태문제로 옮아오게 됨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의 자세라고 판단된다. 이는 생태학적 상상력이 단순히 외면에서 내면으로의 지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과 밖의 조화에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짚어낸다. 말하자면 대자연이 보여주는 계절적 순환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적 운동을 보여주는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자연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재하면서 우리 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동인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상윤 시인의 작품에서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또 하나의 축이 존재한다. 바로 현실 인식의 문제인데 이는 그 고저에 확고한 역사적 신념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것은 시인의 고향의 얘기인 제주 4·3사건의 아픈 기억과 연계되기도 하고 남과 북의 분단 문제와 관련을 맺기도 한다. 특히 4·3을 통해서 왜곡되어지고 있는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의 결과로써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도 관심을 보여준다.

또 시인은 남북 분단의 비애를 임진강 고랑포구를 통해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남북의 분단 비극은 우리 문학사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지만 힘주어 말할수록 시적 서정성은 약해진다. 때문에 역사성과 서정성은 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상윤 시인은 이를 아주 여유 있고도 서정적인 화폭으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편 시인은 통일에 대한 염원과 민족 통합의 염원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다. 시인의 시편에서는 만주 벌판을 떠돌면서도 그 고난 가운데 지켜온 동포애를 생각한다. 사실적 묘사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단순 행위로 드러나지 않고 "만주 벌판을 먹는다." 는 거대한 시적 진술로 전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주 벌판을 먹는다."라는 시적 진술을 단순한 의미라기보다 단절된 역사, 잃어버린 과거, 잊어가고 있는 민족혼을 찾아 떠나는 자아 확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학은 궁극적으로 미래학이듯이, 고구려는 과거이지만 현재이며 절실하게 다가오는 우리 미래임을 인식한다면 이 시와 이 시집의 표제가 갖는 의미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