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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 사람의 신화
이름 관리자
첨부 895460000X_1.jpg (26.0K)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한 손홍규의 첫 소설집 [사람의 신화]
(문학동네, 2005년 7월 14일)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손홍규의 첫 소설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과 탄탄한 구조,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아홉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이 목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사람답지' 못하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살해위협을 당하는가 하면('갈 수 없는 여름'), 누이는 강간을 당하고('사람의 신화'), 아비는 어린 딸을 빚값으로 채권자에게 내어준다('거미').

이처럼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지도, 그렇다고 세상을 뒤엎지도 못하는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사람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커지거나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거대한 폭력이 사람다운 삶을 잔인하게 유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삶 속에서 모멸감과 수치심에 진저리치는 이들을 통해 변혁과 희망, 인간의 의미를 묻고 있다.

표제작 「사람의 신화」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 ‘나’의 형제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사람이라는 사실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사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어찌된 일인지 움직이지 못하고 골방에 누워만 지낸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언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죽은 할아버지, 누나 뱃속에 있는, 아직 사람이 아닌 조카, 그리고 용이 되기 위해 숨어든 뱀뿐이다.

‘나’의 형제 가운데 하나는 광주에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다 군인들에게 끌려가 암매장되었고, 다른 하나는 군에서 지뢰를 밟아 양쪽 다리가 달아났으며, 또 하나는 도시로 나가 공장에 다니다 임신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있다. 어느 날 ‘나’는 온 식구가 새마을운동이란 명목으로 노력동원 간 사이 정희 누나가 농촌지도원 광태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충격으로 미친 정희 누나는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간다.

「거미」의 ‘나’ 역시 사람이 아니다.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빠와 생활고에 찌든 엄마, 그리고 아빠의 채권자 ‘다나까’에게 강간을 당하는 언니. 그 사이에서 ‘나’는 거미의 기억을 되찾고 탈피를 시작한다.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커지거나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아지거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람이면서도 사람이길 거부당하는 사람도 있다. 「갈 수 없는 여름」의 ‘나’에게 최초로 살해위협을 가한 사람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어린 ‘나’가 물을 가득 담은 고무 함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도 태연히 전화를 받으러 간다. 두 번째로 살해위협을 가한 사람은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달리는 기차에서 소년인 ‘나’를 밀쳐낸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동창들로부터 갈수록 노골적인 적의와 살의가 담긴 위협을 받는다.

거대한 폭력이 사람다운 삶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그 삶의 조건 속에서 모멸감과 수치심에 진저리치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하는 이 아수라 속에서, 사람이란 한 번쯤 되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종족이긴 한 걸까.



손홍규
1975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2004년 대산창작기금, 2005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책 속에서

하지만 과연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까? 한꺼번에 수천 명을 죽이려 해도 살인의 의도가 은폐되는 시대인데,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어차피 누구나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며 사는 세상인데, 과연 내게 증거를 인멸하면서 완전하고도 무결하게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나 할까? 이제야 살인의 충동에 휩싸인 이 풋내기에게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축복 같은 기회가 주어질까? - 본문 66쪽에서


::작가의 말

마술과 기적보다, 마술 같고 기적 같은 현실! 앞에서 마술과 기적을 조금 흉내냈을 뿐이라는 게 이 소설들의 마지막 주석이다. 이 흉내내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는 모른다. 현실이 여전히 마술 같고 기적 같다면, 나는 그 마술의 배후와 기적의 이면을 찾는 데 여전히 골몰할 게다. - 손홍규


::추천글

손홍규의 인물들은 외롭다. 그 외로움이 그들을 낯선 사람으로 만든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일상과 삶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징그럽고 쓸쓸하다. 그 낯선 인물들을 통하여 작가가 하려는 예기는 여기, 지금 산다는 일이 낯설고 외롭다는 것이다. 작가의 그 낯설고 외로움이 끝내 관철되기를, 아니, 그 낯섦, 그 외로움을 작가가 끝내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여기, 지금 사는 일이 너무나 편안하고 그저 흐뭇하기만 한 이들에게까지 그것이 얼마나 낯설고 외롭고 징그러운 일인지를, 어째서 그다지 낯설고 외롭고 징그러운지를 얘기해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최인석 (소설가)

손홍규의 소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가난하며 비루한 이들이 개성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곳, 동시에 귀신과 변신체가 우글거리는 구시대의 유적지 같은 곳, 그 묘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90년대에 이십대였으며 사회와 역사에 대해 사뭇 진지했던)이 당대의 신화와 전설이 되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파노라마인 듯하다. 요령부득의 현실과 맞장 뜨길 주저하지 않는 인간 군상들에게 바치는, 조문(弔文)과도 같은 그의 전언이 멀리멀리 퍼져나가기를. - 김종광 (소설가)

이 작가는 '사람'을 말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학번의 좌절과 상처는 그것대로 정직하게 드러나 있으면서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작품의 행간마다 절실합니다. 사람살이의 간난신고를 정면(正面)하고 직핍(直逼)해서, 사람의, 사람이라는 신화를 가차없이 걷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오래된 희망에 별수 없이 기댈 줄도 아는 작가입니다. 또한 절망적 현실을 우아하게 분식(粉飾)하지 않으며, 희망을 갖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믿는 작가입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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