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읽는 눈,
고영 시인의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천년의시작, 2005년 4월 5일)

2003년 월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04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시인의 첫 시집.

이 사람은 참 많이 넘어지고 많이 까진 사람이구나. 자전거를 타고 개천으로 나뒹굴어, 아픔을 참고 걷고 있는 소년을 생각했다. 그는 분명, 이를 물고 걷고 있지 않았다. 웬만한 사람들 같으면, 이를 물고 눈물을 흘리면서, 남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할 텐데. 소년은 “길을 껴안고 있는 돌부리”들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그때 벌써, “짐자전거에 쌀가마를 싣고”, “언덕배기를 넘어 쌀 배달 가는 아저씨”의 자전거 바퀴를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있었다.

“둥글게 어깨를 말고 바퀴를 받아넘기는/돌부리들이 눈에 보였다”. 그는 개천의 돌부리에 내동댕이쳐져 찢어진 교복 차림이었다. 바퀴 위에 앉아 달리기보다는, 바퀴를 데리고 걸어가야 안전한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따각따각 걸어 들어와/몸을 녹이는 슬픈 골목이 있다”고 시를 쓴 고영 시인은 선천적으로 마음이 여리다. 그의 여린 마음이 세상을 읽는 눈이다. 그의 눈빛은 물처럼 출렁거리고 폐가처럼 예민하다.

시 전편을 관통하는 물 이미지를 통해 그는 세계를 긍정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강물에 버려진 소파의 썩어가는 다리에 물고기가 알을 낳는 것을 보기도 하고 수족관에서 아가미를 벌려 서로에 숨결을 나눠 갖는 물고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가장 작은 골목인 귓구멍으로 세상의 작은 소리도 들으려 어깨 낮춘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주는 시편들이 많다. “보름달 속에 손을 밀어 넣으니 따듯한 강물이 만져진다”고 노래한 시인에 민감한 손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

고영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년 『현대시』 등단.

::작가의 말

무작정 밤기차를 탔다.

나는 어쩌면 종착역에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

단지 어둠 속을 더듬어 나아갈 뿐,

나는 아마

평생 빛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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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따각따각 걸어 들어와/몸을 누이는 슬픈 골목이 있다”고 시를 쓴 고영 시인은 선천적으로 마음이 여리다. 그의 여린 마음이 세상을 읽는 눈이다. 그의 눈빛은 물처럼 출렁거리고 폐가처럼 예민하다. 시 전편을 관통하는 물 이미지를 통해 그는 세계를 긍정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강물에 버려진 소파의 썩어가는 다리에 물고기가 알을 낳는 것을 보기도 하고 수족관에서 아가미를 벌려 서로의 숨결을 나눠 갖는 물고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가장 작은 골목인 귓구멍으로 세상의 작은 소리도 들으려 어깨 낮춘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주는 시편들이 많다. “보름달 속에 손을 밀어 넣으니 따뜻한 강물이 만져진다”고 노래한 시인의 민감한 손을 한 번 만져보고 싶다. - 함민복(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