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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시인의 신작 시집 [사랑은 낮은 곳에서 운다](문학의전당, 2004년 9월)
『시문학』『월간문학』신인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진 시인이 신작 시집 [사랑은 낮은 곳에서 운다]를 출간했다. 그의 이번 시집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잔잔한 시어로 풀어내고 있는데,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추억은 새삼 각별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시에 있어 권위를 상징하는‘아버지’라는 존재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그려져 왔으나, 김경진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차라리 따뜻한 울타리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의 시편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지친 삶을 일구어나가는 존재이면서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가족에 대한 무한한 품을 열어놓고 있는 분이다. 또한 건조한 풍경과 사물들이 아버지와, 혹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점점 온기를 회복하는 것은 시인 자신도 그 사랑의 품을 대물림했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분주한 좌판에 앉는 꽃잎들을 애써 외면하고/어둠이 짙어가는 벚나무 밑으로 걸어 들어간 아버지’(「꽃잔치」)로 결코 환하지 않고어둡게 그려지고 있지만, 그 어둠은 칙칙하거나 차갑지 않고 넉넉한 온기를 품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가족 곁에 존재해온 아버지!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시편을 보면 시인도 어느새 그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그의 잔잔한 시편들은 읽는 이의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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