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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설] 침묵
이름 유중원 이메일



침묵

 

 

말 없는 표정에 목소리와 말이 담긴 경우가 많다.

― 오비디우스

 

 

 

세이렌은 얼굴은 요정처럼 아름다운 여자이지만 목 아래 가슴께부터는 맹금류 같은 새의 모양을 하고 있다. 육체는 기괴한 괴물의 모습이고 얼굴은 아름답고 자신만만한 여성의 모습인 것이다. 세이렌은 연약함과 함께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얼마든지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었고 파멸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악마의 영혼이 깃들어져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추한 모습에 자괴감을 느꼈고 분노했다. 도저히 여자로서 뇌쇄적인 자태를 뽐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분노가 쌓이고 쌓이면서 인간을 향한 험악한 증오로 변했던 것이다. 다만 신은 공평했기에 그 대신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사한 것이다.

그런데 세이렌은 4명이다. 텔크시에페이아 (매혹적인 목소리). 아그라오페메 (아름다운 목소리). 페이시노에 (설득). 모르페 (노래).

그들은 화려한 꽃이 만발한 섬인 안테모에사에 살면서 아름답고 달콤한 목소리로 유혹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므로 그 노래를 들은 뱃사람들은 누구나 영원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내 희생자들은 바위에 부딪쳐 난파했다. 그들이 사는 섬의 땅은 뱃사람들의 백골로 뒤덮여 하얗게 빛났다.

만약 세이렌들의 노랫소리에 굴복하지 않고 이 섬을 통과하는 배가 있으면, 이번에는 그들이 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죽게 만들어야 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면서 그 섬을 지나게 되었다.

그가 해 뜨는 아이아이 섬에서 고귀한 여신 키르케를 만났을 때 그 여신이 말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게 되었군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세요. 내가 한 말을 나중에 어떤 신이 몸소 그대에게 상기시킬 수도 있어요.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에게 가게 될 것인데 그들은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누구든지 다 유혹하지요.

누구든지 영문도 모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은 더 이상 집에 돌아온 그의 옆에 서지 못할 것이며 그의 귀향을 반기지 못할 거예요.

세이렌 자매가 풀밭에 앉아 낭랑한 노랫소리로 홀릴 것인즉 그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있고 뼈 둘레에서는 살갗이 오그라들고 있어요.

그대는 얼른 그 옆을 지나가세요.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뱃사공들의 귀에다 발라주세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말예요. 그러나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듣도록 하세요.

그대는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부하들로 하여금 날랜 배 안에 그대의 손발을 묶게 하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들을 매게 하세요. 그러면 그대는 즐기면서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대가 풀어달라고 부하들에게 애원하거나 명령하면 그들이 더 많은 밧줄로 그대를 묶게 하세요.”

그는 부하들의 귓구멍을 밀랍으로 단단히 막고, 자신은 세이렌들의 노래에 유혹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페리메데스와 에우륄로코스에게 지시해서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 놓게 했고, 그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해도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미리 지시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포도주 통을 돌려서 마음껏 퍼 마시게 했다.

그러고 나서, 배는 뱃사공들이 제자리에 앉아 긴 노로 바닷물을 밀쳐내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돛을 팽팽하게 펼쳐주는 밧줄을 감아올리는 도르래의 삐거덕 거리는 소리는 아늑한 꿈결처럼 포근한 바다의 품속에 묻혀버렸다.

그때 세이렌 자매들도 자기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그 날랜 배를 못 볼 리 없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해협을 통과하였다. 일은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아마 그가 유일했으리라.

그들은 그때 오디세우스가 왔을 때 불굴의 사나이인 그의 눈빛에 어리는 굳은 의지를 보았던 것이다. 메두사는 아테나 여신의 노염을 사서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수십 마리의 뱀들이 머리를 감싸고 있는 흉측한 외모를 갖게 되었다. 그 모습을 직접 쳐다보는 자는 누구나 돌이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되는데 그는 메두사라는 괴물을 마주하고도 돌로 변해버리지 않는 탁월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그러니까 그는 단순한 뱃놈이 아니었다. 거센 물살이 배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폭풍이 배를 산산조각 내는 저 멀고 먼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해적의 두목처럼 늠름하였던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은 그를, 그의 불타는 욕망을, 그의 사내다움을 사랑하게 되었고, 평생 동안 노래를 불러온 그 노래꾼들은 갑자기 알고 있는 모든 노래를 죄다 잊어버렸다.

그들은 당초 오디세우스를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기 위해 부를 노래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자, 이리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칭찬이 자자한 오디세우스여, 많은 어려운 말들을 구사할 줄 아는 오디세우스여, 아카이오 인들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곳에 그대의 배를 세우고 우리 자매들의 목소리를 들으세요,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감미롭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검은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지요, 그리고 그 사람은 놀라운 즐거움을 누렸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 많은 앎을 얻은 후 고향으로 돌아갔답니다, 우리는 드넓은 트로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고 있어요, 아르고스 인들과 트로이 인들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었던 모든 고통을요, 우리는 수많은 필멸의 존재들이 살고 있는 풍요로운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요.’

오디세우스는 세이렌들의 가녀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것을, 얼이 빠져 굳게 닫혀버린 입을 쳐다보면서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띤 채 득의의 표정으로 여유롭게 해협을 지나갔다. 해협의 파도는 잔잔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세이렌들에게는 지하의 왕국인 하데스의 예언적 노래보다 더 무서운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그들의 침묵이었다. 그들은 단 한 번 그 무서운 무기로 위대한 뱃사람인 오디세우스에게 대적한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나는 귀를 밀랍으로 막지 않았지. 그들의 유혹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려고 말이야. 오늘, 침묵이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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