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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아파요
전태련
지구가 한쪽 어깨를 추겨 올렸을 뿐인데
여기저기 아우성, 아비규환
긴 혓바닥으로 모래사장을 순하게 핥던 바다가
왕도마뱀의 혓바닥처럼 한 번 심하게 말렸다
육지를 향해 날름 내미는 서슬에
해일이 덮치는 해안선
베란다의 철쭉이 제철도 아니건만 밥풀 발리듯
겨우내 피어나고
화를 꾹꾹 참다가 가슴에서 피를 토하던 화산
지구의 몸이 자꾸 찌뿌드드해지는지
자주 기지개를 펴려는데
아마 파킨슨병이 왔는지
수족이 자꾸 떨리는 바람에
건물이 무너지고 나무가 뽑히고
산이 넘어져요.
그 서슬에 적도 없이 전쟁터처럼 사람들이
뭉텅뭉텅 잘려나가요
지구가 왜 이리 마음이 상했을까
그래, 다시 봄
전태련
고목나무에 움이 트나
죽은 듯 마른 나무 등걸에
물오르는 소리 난다
메마르고 메말라
한 번 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어여쁜 꽃망울 찾아왔으면
마음속으로 딱 한 번 뇌었는데
이런 기도엔 그처럼 귀 밝은 체하시는 하느님
스물스물 물기 고인다
한 번 만난 사람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난다는
귀기 서린 그 말 믿은 건 아닌데
느닷없이 놓여진 오작교
이 다리를 건너 너에게 가랴
이 다리를 건너 네가 오려는지
그래 다시 한 번
봄
□ 약력: 2003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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