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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
최기종
봄나들이 나가고 싶어서
꼭두에게 다홍치마 입혀달랬더니
더 깊은 어둠을보지 못했다고
아직 말문이 다 트이지 않았다고
그믐꽃게처럼 알이 배고 내실을다져야 한다고 한다.
날개옷 화알짝 펼치고 싶어서
외피에게 문을 열어 달랬더니
못난 소나무처럼등이굽어야 한다고
눈비 맞아도 끄떡없어야 한다고
어둡고 답답한 몽니의 길 더 가라고 한다.
하늘의 별이 되고 싶어서
바람에게 차양을 벗겨 달랬더니
발새 물리고 마른버짐 번져 봐야 한다고
먼저 바닥이 되어야 한다고
빨리 뜨면 빨리 지는 것이라고
물독에 그득 채워서 저절로 피어나게 하라고 한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언덕에서
봄은습하고 그늘진 자루 속에서 향기롭다.
방문을 닫아걸고 어둠 속에서
헛헛증*이 차오르고 넘치기를 기다렸다.
덧난 생채기 보듬던 봄기운이
꽃문을 화알짝 열었다.
* 뱃속이 빈 듯한 증세
최기종
<만경강> 동인, <교육문예창작회> 활동. 교문창 회원시집『대통령 얼굴이 또 바뀌면』에 작품 발표(1992년)
시집『나무 위의 여자』,『만다라화』, 『어머니 나라』등.
현 목포작가회의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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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