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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목
김종인
수도리 모티길을 걷다가
마주 선 나무들을 보았지
돌아가신 부모님처럼 평생 마주보고
손 한 번 잡는 것을 본 적이 없었지
마주 선 두 나무 사이에는 가지가 적고
바깥쪽으로 많은 가지를 뻗고 있네
두 나무가 붙어서 하나가 된 연리목보다
적당한 거리를 떨어져서
평생 마주 보고 살아가는 것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 보았지
멍석을 깔고 차일을 치고 초례상 위에는,
청홍초에 불을 밝혔겠지
양쪽 병에 송죽을 꽂아 놓고
누군가 홀기를 불렀겠지
지신을 밟으며 풍물놀이로
혼례청을 울렸을 거야
신부에게 준 그 나무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세월의 강물에 발을 담그고
말없이 나이테를 그려가는
두 그루, 아름다운 나무를 보면서
같이 살다가 한 나무가 먼저 죽으면
다른 나무도 따라서 죽는다는 혼인목,
말없이 웃으며 마주 보고 서서
어깨를 걸고, 어루만지고, 속삭이면서
비와 바람과 눈보라를 함께 이겨내고
마침내, 백년해로하는 혼인목을 보면서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한 걸까
적당히 떨어져 평생을 함께 하면서
가혹한 시대를 함께 해온 세월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 보았네.
□ 김종인
1954년 경북 금릉 초실 출생, 시집 『흉어기의 꿈』, 『내 마음의 수평선』등,
분단시대 동인, 현재김천농공고 교사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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