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꿈
강세환
지난밤 꿈도 뒤숭숭하였다
일행과 뚝 떨어져 혼자 헤매던 수락산 치마바위
어떤 노인이 권하던 막걸리 한 잔
봄바람도 덤으로 한 잔
그날 밤 꿈길에서도 나는 또 길을 헤매고 있었다
꿈에서도 시를 쓰겠다고
주머니 속 볼펜을 찾다가
꿈에서 깨어나 돌아보았다
봄 꿈은 거짓말이라 했던가
꿈도 없이 잡념도 없이
수락산 치마바위 근처 바스락대던 옅은 바람처럼
마른 검불 밟고 가듯
홀로 떠돌다 가는 것을
하여 즉각 그 모든 봄날은 가라
하계동에서 상계동에서
녹천역에서 도봉역에서
봄날은 돌연 한꺼번에 휘발하라
강세환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다. 1988년『창작과비평』 겨울호에 「교항리 수용소」등 6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월동추』『바닷가 사람들』『상계동 11월 은행나무』등이 있다. 현재, 서울 혜성여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