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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
정철훈
절집 뒷마당에 두살박이 개가 묶여 있다
마당에 들쥐가 끓어 갖다놓았다는 수컷
두툼한 앞발로 흙탕질을 하며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한다
마침 발정기여서 사타구니에 새빨간 남근이 들락날락, 꼬리까지 발발거린다
끼니때마다 밥을 주는 이도 수컷이다
네팔에서 건너온 셀파족
서쪽에서 왔다고 붙여준 이름이 西來다
이태째 부엌 살림을 맡고 있는 공양주
밥 주러 갔다가 쪼그리고 앉아 장난을 치고 있는 서래의 눈동자에 얼핏 퍼런 인광이 인다
카트만두에 두고온 처자식 생각
두 수컷끼리 동무 삼아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무진무진한 적적함을 달래고 있는 것인데
세상이 하필 암컷과 수컷으로 갈려져 있다는 게 오묘하기도
교미의 방법을 생각하면 징하게도 느껴지던 것인데
이태째 그걸 못한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 들락거리는 새빨간 남근이 궁금도 하고
이태째 참아낸 견공이 대견키도 해서 슬쩍 끈을 풀어놨거늘
해우소에 갔다 방에 들면서 보니 청개구리 한 마리가 미닫이 문짝에 끼어 죽어 있다
하얀 배때기며 뒷다리가 아직 촉촉한 게 아까 전에 문을 닫을 때
개에게 쫓겨 폴짝 뛰어든 게 하필 문짝이었다
절집에 앉아 떠올린 황홀한 짝짓기가 살생으로 번진 내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고 다만 한 가지
나도 죽을 때 어떤 문짝에 끼어 있을 거라는
죽은 청개구리를 손바닥에 받쳐든 나를 보고
서래는 낄낄대며 웃고 개는 남근을 넣다 뺐다 하고
나는 수염 뽑힌 들쥐처럼 쪼르르 마당을 건너가고
정철훈 1997년 『창작과 비평』등단. 시집으로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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