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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은 하늘에서도 쏟아진다
장옥관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쏴아아아 세찬 물살소리, 올려다보니 은사시나무 우듬지에 살여울이 지나가고 있다
여울물은 하늘에서도 쏟아지는구나
소름 돋은 팔뚝 문지르며 다시 보니 파르륵 파르륵 잎사귀들 손발을 흔드는 것 같다
저 나무,
몸속 어디에 고압 모터라도 숨겨놓았다는 것일까 수십 미터 저 꼭대기까지 어떻게 수액을 올려 보낼 수 있었을까
하긴 모세관현상 같은 범상한 원리로 어찌 하늘의 신성神性을 훔칠 사다리를 세울 수 있으랴
알고 봤더니 그것은 발목 때문,
사람이든 나무든
직립하는 것들은 모두 발목이 펌프라는 것, 프로펠러 돌리듯 발목을 흔들어 수십 길 높이까지 수액을 빨아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 밤마다 나무처럼 물구나무서서
하루의 부종을 풀어냈던 것일까
종일 시큰거리는 발품을 팔아 얻은 군내 나는 두어 됫박 좁쌀로 까치집 같은 허술한 가계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일까
너무 일찍 벗은 발목,
구름 시렁에 걸어놓고 아버지 어디서 안쓰러운 물소리 움켜쥐고 계시는지
빚 얻을 인감 떼러 동사무소 가던 길
갑자기 쏟아진 여울물소리에 옴빡, 나는 온몸이 젖어서
장옥관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황금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등이 있다. 15회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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