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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너 여기 이렇게 살아 있었듯이
정용국
나무도 가다가 길을 버린
백두산 하늘 끝자락
사철 푸른 만병초 흰 꽃이 한창이다
바람에 몸 낮추고 눈 속에 발을 묻어
숨조차 겨워 아득한 천지
너 여기 있었구나
너 여기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갑년 만에 입을 모은 이 땅의 시인들
극진한 말의 성찬 하늘에 올린 오늘
기뻐 숨이 차고 또 아려 눈물겹다
산이 우릴 불러 등 두드려 주신 새벽
말처럼 길을 물어 자분자분 갈 일이다
세월이 우릴 불러 상처를 여며준 아침
사람의 발길로 휑하니 갈 일이다
본디 우리 하나였듯이
너 여기 이렇게 살고 있었듯이.
정용국 1958년 경기 양주 출생. 2001년 『시대문학』 『시조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내 마음 속 게릴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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