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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평양여자
김용락
키가 크고 생머리를 한
글래머 평양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
평양을 함께 방문한 광주 김희수 시인이
내가 보낸 메일 답장에 이렇게 적어 보냈다
그 평양여자는 고은혜 씨가 틀림없다
민화협 회원으로 남북작가회담 때
우리 조를 안내했던 바로 그 여성이다
남측 학번으로는 97학번쯤 된다나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에서 희곡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씩씩하고 당찬 북측 처녀
내가 고 동무 미인입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남남북녀라 했습네다 북측에는 예쁜 여성이 많습네다라고
웃으면 대답하던 고 동무
아버지가 김일성대 경제학부 교수라나
어머니가 평양 산부인과 의사라나
내가 아버지 성함을 물어보자
일이 커지면 곤란하다고
끝내 아버지 이름을 말하지 않던 고 동무
혜택받은 북측 엘리트 답게 알고있는 정보도 엉터리가 많아
북측이 미국 다음의 세계적 군사대국으로 알고 있지를 않나
남측 대학생들은 대부분 퇴폐적인 것으로 알고 있어
내가 그렇지 않다고 교정해 주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잘 믿지 못하겠다던 표정을 짓던
그 예쁘고 당차던 북측여성 고 동무
우리가 평양을 떠나오던 날
내 딸아이 이름을 묻더니 조선인형과 사진액자를
남이 볼새라 은근하게 선물해
나를 놀라게하던 인정많은 그녀
통일이되면 다시 만나요 눈물 글썽이며
순안공항 2층 대합실 창가에 붙어 섰던 고 동무
통일이되면 가장 먼저 생머리에 글래머인
그 평양여성을 만나고 싶다
김용락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창비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등. 현재,경북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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