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상상인 통권09호, 2024가을호 수록작]
사랑의 이형태
얼굴들이 그립다
다 다른 모습이지만 얼굴이라고 하니
하나의 얼굴이 그려진다
하나의 얼굴에서 파생된 얼굴들
얼굴을 지닌 머리와
얼굴이 없는 대가리는 어떻게 다른가
사람들이 자유로 걷고
사람들이 사랑을 한다
자유로워 사랑하는 걸까
사랑하니까 자유로운 걸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외침과
밥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절규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밥과 자유 대신에 사랑을 넣으면
절규가 환희가 될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진실일까
그건 사랑일까 자유일까
사랑의 체위가 다른 만큼 뿌려진 별자리
여기서 보면 교집합이
저기서 보면 합집합으로 보인다
자유와 사랑이 그렇고
전쟁과 평화가 그렇다
다른 이름을 걸치고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다들 대가리가 아닌 머리를 지닌
그리운 사람들
그들에겐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얼굴이 있다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