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름의 깊이 外 1편/ 나정욱:시인뉴스 포엠 (poetnews.kr)]
여름의 깊이
여름의 깊이를 가로로 펼치면 겨우 석 달이나 될까
석 달 동안 내린 비와 햇빛을 모으면
바다에 이르는 강의 길이쯤 될까
여름의 깊이는 물의 깊이에 있지만 않을 것이다
강이나 바다의 깊이가 눈물의 깊이보다 깊다고도 못할 것이다
여름의 깊이를 알고 있는 것들이 노래를 부른다
눈물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노래라는 걸
먼 옛날부터 있어 온 여름의 노래가 일러 준다
여름의 노래가 끝나는 날이 여름의 깊이가 닿는 끝이 될 것이다
불러라 노래를
들어라 노래를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맹렬한 노래들이 들려준다
사랑의 그림자
죽기 전에 다 해보는 것이다 죽은 뒤에는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니
가장 잊지 못할 정도의 지독한 싸움을
사랑이라고 하겠다
그것이 그가 지상을 머금고 싸우다 죽은
마지막 호흡일 테니
오죽하면 죽기 전의 마지막 표정을 석고로
떠 사랑의 징표로 삼았을까
죽어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이
그렇게 용쓰며 극렬하게 싸운다
사랑의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 지독한
싸움을 설명할 재간이 없다
사랑을 모르면 아예 싸움이 없을 테니 지상의
모든 전쟁은 사랑의 그림자였다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