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
한국문인협회가 공식적으로 발간하는 月刊文學은 1968년 창간한 이래 2024년 7월호까지 55년 동안 통권 665호까지 나왔습니다.
소설 '존엄한 죽음'은 2024년 5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만.
원고 매수의 제한 때문에 오리지널에서 거의 1/3이나 잘라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소설이 어그러져 버렸지요.
이번에 오리지널로 복원하면서 완전히 수정 보완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중편에서 긴 중편으로 변신했습니다.
(당초 2만 8천자에서 만 6천자로, 다시 4만여 자로, 최종적으로 6만여 자로.)
소설의 주제를 명백히 하면서 노골적으로 나타내거나 또는 행간에 숨기거나,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도록 스토리라인을 확장하거나, 작가적 확신을 가지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소설답게 혹은 소설스럽게 하면서 문학성을 추구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 있어서 수정과 재수정, 재재수정, 재재재재재수정 등은 글쓰기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십번 수백번 고쳐쓰기를 합니다.
콤마도 넣었다 빼고, 다시 넣고, 띄어쓰기도 반복을 거듭합니다.
그 때문에 머리가 돌아버릴만큼 불안 강박에 시달립니다.
“악마적 강박 없이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
어떤 때는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제13회 월간문학상을 받을 만큼 문제적인지, 작가의 가치 체계라는 관점에서 작가의 고유성이 들어있는지, 인물들이 살아있는지, 주제를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있는지, 사회비판적 리얼리즘 소설의 본격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소설의 구조에서 토대가 되는 윤곽이 뚜렷한가? 결국 단편소설이기는 하지만 단편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가? 등등은 독자 여러분이 분석 평가해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오해했거나 대충넘어갔는지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이 잘려나가서 오리지널이 아니니까), 그러므로 오리지널을 읽고나서 사이비 소설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약물처방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존엄사나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을 투여하는 안락사는 모두 금지되어 있습니다. 스위스나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 적극적 안락사 등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촉탁 살인과 자살방조죄의 간극은 미묘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형법 제250조는 살인죄와 존속 살인죄를 규정하고, 제252조 제1항은 촉탁, 승락에 의한 살인죄를, 동조 제2항은 자살의 교사, 방조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촉탁 등에 의한 살인죄와 자살 방조는 범죄자의 행위의 태양(態樣)에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행위자가 타인을 직접 살해한 경우이고 후자는 행위자가 자살자 본인으로 자기 살해를 하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동일합니다.) 또한 제253조는 위계 등에 의한 촉탁 또는 승락 살인이나 자살 방조는 제250조 살인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살인행위는 아주 악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5.9.28. 선고 2005도 5775 판결, 부산고등법원 1996. 10. 30. 선고 96노502 판결, 서울고등법원 1989. 2. 24. 선고 88노3543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10. 15. 선고 2021고합181 판결 등 참조.)
지금 현재 실린 것은 최신 버전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수정할 지 모르겠네요.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요. 우리는 아주 세밀하게 읽어야만 수정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그래서 소설적 묘미와 문학적 깊이를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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