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작가들의 존재방식도 달라지는가?
심포지엄 발제를 부탁받고, ‘저항의 글쓰기 실천위원회’에서 만들어 보내준 기획서까지 읽고, 이후 한 달을 오롯이 발제할 내용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획의 취지와는 다소 어긋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은 발제문 마감 사흘 전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오늘에야 나는 기획서의 저 문장, “역사적 맥락에서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에 따라 작가들이 존재했던 방식을 고찰한다.”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목적이 “정책변화가 작가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분명 몇 번이나 읽었던 문장들인데, 방금 전까지도 나는 거기서 ‘역사적 맥락’, ‘정책변화’, ‘객관화’ 같은 단어들은 삭제하고, ‘국가’ ‘문화예술 정책’ ‘작가’ ‘정체성’ 등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왜일까. 당혹스러움에 뒤이어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런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직도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학문하는 사람의 정체성이 없어서 ‘객관화’에 미숙하고, 역사 감각이 결여되어 있어서 ‘역사적 맥락’을 자주 놓치는 건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문학하는 사람이 주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내가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문학이 역사적 구성체이며 작가 역시 근대적 산물임을 모르지 않으나 나는 역사성보다는 그것들의 본질에 늘 관심이 있었고, 하여 무의식중에 저 기획문의 취지에 심리적 저항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테면,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에 따라 과연 작가들의 존재방식이 달라지는가,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과연 그토록 허술한 것인가 하는 반발 말이다(그런 의도로 작성된 문장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읽힐 수 있도록 작성된 문장임에는 분명하지 않은가. 저 문장들만 보면, 작가는 매우 수동적 존재로 느껴진다). 만약 작가가 그런 존재라면 문학의 자율성은 어떻게 성립 가능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어떻게 주창될 수 있는가. 그러므로 문제는 변화하는 ‘문화예술 정책’이 아니라 불변하는 ‘국가의 본질’이며, 문화예술 정책 따위로 그 본질을 감추고 있는 국가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글쓰기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혹은, 문화예술 정책 따위가 나랑 무슨 상관이냐, 나는 열심히 글만 쓰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작가들도 있을 것 같다).
2. 작가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완성체인가?
그런데 무엇에든 ‘본질’로만 접근하려는 내 태도에는 작가의 정체성을 하나의 ‘완성된 실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전제되어 있었으며, 문학이 사회의 제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체라는 허구적 믿음이 깔려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이다. 정체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역사적 관계망 속에서 매순간 새롭게 구성되고 발견되는 과정이며 흐름이다. 문학의 본질 역시 이 역동적 흐름 속에 존재한다. 시대와 사회의 가치와 무관한 초역사적인 문학의 가치나 불변하는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천 년 전의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그 작품이 초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당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무엇이든, 본질이라는 것도 역사와 길항하면서 새롭게 정의되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무슨 예라는 것인지 약간 헛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두 가지가 떠올랐는가. 당신이 떠올린 그 두 가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둘 다의 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래에 적고 있는 것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제목에도 잘 드러나고 있듯이,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1)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2)무엇을 위해 쓰는가 3)누구를 위해 쓰는가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문학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러나 그가 왜 새삼스레 문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간과하면 이 책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이 책은, 그의 앙가주망 문학론에 퍼부어진 비난과 공격에 대한 오만한 답변이자, 1940년대 말의 프랑스라는 구체적 시공간 속에서 작가는 과연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그 자신의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문학론이다. 이를 위해 그는 중세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작품생산의 양상을 돌이켜보면서 작가와 사회적 조건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20세기 전반기의 프랑스 문학을 세 세대로 나누어 고찰한 뒤 앞 세대와 구분되는 제3세대 작가들에게 이른바 제3의 길을,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열정적으로 요청한다. 문학의 본질에 대한 그의 물음은 역사적 요청에 의해 제기되었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시대와 응전하면서 고찰되었으므로 그의 문학론은 결코 본질론 안으로 무한회귀하지 않는다(본질을 훼손했다는 말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 심포지엄에서 내게 요청한 작업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알았고, 물론, 미리 알았다고 해서 그 작업을 제대로 해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3. 김대중, 노무현, 이명권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깊은 강이 흐르는가?
변명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지만, 또 하나, 내가 주제를 착각한 이유는 “그 고찰의 대상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포괄하며”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가 작가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겨우 이 세 정권만을 포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문학이 아무리 사회와 길항하는 것이고 문화예술 정책이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세 번 바뀌었다고 해서 십수 년 만에 작가들의 정체성에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있었다면, 그것은 단지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 사이에 그 정도로 심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현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에 과연 제대로 된 청사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은 그 가치지향을 경제, 산업, 경쟁력 등에 두고 있으며 모든 문화 관련 계획에서 문화 분야를 무엇보다 시장화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신(新)성장동력, 고부가가치 산업, 서비스 산업 등의 시장 가치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할 뿐 문화다양성이나 문화공공성 등에 대한 고려가 매우 낮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표적인 비판이다. 그러나 사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문화산업은 줄곧 시장주의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다.
1990년에 탄생된 ‘문화부’는 (1993년 ‘문화체육부’를 거쳐) 1998년 김대중 정부로 들어서면서 ‘문화관광부’로 이름을 변경했고 본격적으로 문화정책과 문화산업을 시장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문화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여기고 경쟁을 도입했으며 국가가 주도하여 문화산업을 육성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문화정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 역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을 계승했다. 국민의 참여를 보다 확대하고 지방분권을 구체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으나 ‘문화·관광·스포츠 산업의 국가 경제 신성장동력화’라는 중심사업의 범주를 볼 때 노무현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을 유지·강화하는 기조 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관광개발사업 전면화, 저작권 침해 범죄화, 스크린쿼제의 축소, 문화기구의 책임운영기관제 도입(문예위에 대한 경영 평가) 등). 삶의 질적 측면에 대한 배려나 문화적 공공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주목함으로써 문화 분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문화의 획일화를 조장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특정 세력에 의해서만 추동된 것도 아닌 것이다.
4. 그런데 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에 이렇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가?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서, 지난 정부와의 이런 연속성보다 그 변화가 보다 절실하게 체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의 시장화가 현 정권 들어 보다 전면적으로,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에 매우 역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문화예술 정책을 펼치면서도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문화예술 정책을 최소한 권위정치의 도구로는 활용하지 않았으나, 이명박 정부는 앞의 두 정부가 크게 내세웠던 문화행정의 자율성 및 문화민주주의를 나름의 절차적 합리성도 없이 매우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위축시키고 있으며, 과거의 관료중심 행정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코드 인사에 대한 반발은 지난 정부에서도 내내 문제가 되어 왔던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물갈이 행정은 결코 단순한 코드 인사가 아니라 우스울 정도로 강박적인 ‘좌파적출론’이며(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그렇게 위법도 마다하며 그 자리를 꿰어 찬 보수인사들은 문화행정 전반의 보수화와 문화시민권의 전면적인 축소, 문화생태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화정책이 국정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 역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현 정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은 “무릇 글쓰는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자유인이며, 오직 자유라는 한 가지 주제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p.90)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굳이 사르트르의 글을 인용하지 않아도 “글을 쓴다는 자유가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불가분리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사르트르의 글을 인용해보자. “산문이라는 예술은 산문이 의미를 지닐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제도, 즉 민주주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한쪽이 위협을 겪으면 다른 한쪽도 역시 위협을 겪는 것이다.”(사르트르, 위의 책, p.92) 그러므로 작가들은 그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단지 작가로서의 정체성 때문만은 아니다. 언어를 억압하면, 모든 것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언어가 얼마나 통제되고 억압되어 있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이 원칙들은 눈에 띄게 훼손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가 ‘저항의 글쓰기 실천위원회’라는 노골적인 간판을 다시 내걸고 이런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도, ‘6.9 작가선언’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도, 최근 각종 문예지가 연이어 ‘문학의 정치’를 특집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정권의 저 전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문화예술 정책들이, 그동안 저마다의 밀실에 갇혀 있던 민주주의적 감수성들을 일깨우고 작가들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5. 민주주의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지만 시장주의의 득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가?
그런데 민주주의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장주의의 득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명박 정권이 좀 더 영리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일테면 행정절차상 아무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합법적으로 진행시켰다면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은 별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론 아무도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혹시 질문을 잘못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장주의를 향해 달려가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단순히 어떤 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어떻게 시장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일까? 정치원리와 경제원리는 과연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지금 참을 수 없어하는 민주주의의 후퇴는 어느덧 대세가 되어버린 시장주의의 득세와 관련된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죄와 무관하다고 손을 씻을 수 있는 것일까? 이 괴물을 길러낸 것은, 어느새 시장만능주의에 젖어버린 우리들의 일상이 아닐까?
민주주의의 후퇴에는 이토록 예민한 작가들도 시장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다소 소극적인 까닭은 작품이 유통되는 현장이 바로 시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유통되지 않는 작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기는 힘들고 독자 없이 작가가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그것은 작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시장에 대해 우리는 곧잘 부정적 입장을 취하곤 하지만, 시장은 작가들이 소수의 후원자에게 기대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고, 하여 문학의 창조성과 자율성에 크게 기여한 측면이 있다. 작가가 스스로를 장인이 아니라 창작자로 여기게 된 것이나, 지적 재산권의 개념이 지금처럼 발달하게 된 것도 근대 자본주의의 상품 생산 체계와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덕목은 동시에 시장의 가장 큰 폐단이 되기도 한다. 소수의 후원자 대신 다수의 독자들을 의식하게 되면서 작가는 이제 자본주의의 상품 생산 체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대다수의 작가들이 미적 자율성을 금과옥조로 여기지만, 실제로 미적 자율성이 완벽하게 실현되는 일은 그러므로 불가능하다. 작가는 시스템 속에 존재하고, 문학작품도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에 상품가치가 존재한다는 말과 문학은 이제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는 말은 그 함의가 확연히 다르다. 상품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고 해서 문학작품의 의미가 시장에서의 교환가치만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 문학이 모든 문화의 토대가 되는 기초예술이며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다. 필연적으로 독자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근대 이후의 문학은 모두 친시장적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미적 가상으로서 예술이 갖는 호명적 기능, 유토피아 기획”(황호덕, 프랑켄 마르크스, 민음사, 2008, p.473)은 체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문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의심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며, 이것은 시장의 교환가치와 등가관계를 이루지도 않거니와, 시장이 그것을 상업적 가치로 손쉽게 전환하는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저항하는 글쓰기 또한 존재할 수 있다. 결코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모든 것을 시장의 논리로 재편하려는 시장만능주의이기 때문이다.
6. 시장주의에 대한 해법은 국가주의인가?
그러나 조영일은 시장논리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낭만주의를 미처 통과하지 못한 문학주의자”로 규정하며 “근대예술은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어디까지나 팔리기(읽히기) 위해서 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의 말처럼 “시장이나 대중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 전부 대중문학이 아니었던 것처럼(상당수의 고전들은 당대의 큰 인기를 누렸다),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 작품이 언제나 좋은 작품이었던 것은 아니다.”(조영일, 한국문학과 그 적들, 도서출판b, 2009, p.182) 그러나 이 말은 곧, ‘시장이나 대중의 호응을 얻은 작품은 많은 경우 대중문학이었고,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 작품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독서인구 자체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문학성뿐 아니라 어느 정도 대중의 호응을 받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작가가 작품의 인세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의 공공적 가치’와 ‘시장 실패의 가능성’,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이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작가나 문화예술 단체가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으면 예술이 국가에 투항하는 것이라거나 작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식의 우려(라기보다 질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과연 국가가 얼마나 많은 작가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주길래 도덕적 해이 운운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문예진흥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정도로 형편없이 운영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 지원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국가의 지원금을 받는 것이 국가에 대한 투항이라는 논리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내재해 있다. 이러한 생각에는 과거 관변 작가들이 국가의 지원금을 받으며 정권의 허수아비 노릇을 했던 기억이 작동하고 있는 듯한데, 더 이상 문화예술 정책은 국가의 홍보정책으로 간주되어서도 안 되고 문예진흥기금 역시 그렇게 정치적 수단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저항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그런 시도들이며 오용의 실태들이지 지원금을 받는 몇몇 작가나 단체들이 아니다. 더구나 지원금을 받는 것이 국가에 투항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오히려 문화예술 정책과 작가들의 위상을 모두 과거의 부정적 모습에 묶어놓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것을 바꾸어야지 왜 그 현실로부터 아예 발을 떼려고 하는가.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지원금을 받아도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이고, 어느 나라든지 국가의 지원금에는 여전히 작가를 포섭하기 위한 장치가 직간접적으로 작동한다. 국가기관이 직접 심사를 하고 사후관리까지 하려드는 현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이야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모든 권한을 민간에 위임하고 국가는 후원만 해주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이면에는 문화가 사회구성원들을 순화시켜 사회의 안정과 질서 유지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즉, 문화영역을 간접통치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은 오히려 이런 부분이다. 실제로 문화의 교육적 기능, 사회통합적 기능은 문화예술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논리로도 자주 활용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문학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다. 문학은 이 세계를 위무함으로써 지배 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배질서 아래에서 쩍쩍 갈라지고 있는 우리 삶의 균열을 드러내고 다른 삶의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더욱 더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국가가 작가를 후원한다는 것은 결국 오늘날의 작가는 ‘반항아는 될 수 있을지언정 혁명가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의 반증이 아닌가. 물론 그렇다. 더구나 국가의 개입이 시장의 실패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시장의 실패보다 더 큰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와 하나의 공리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는 오히려 시장주의를 더욱 강화하면서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동시에 정치적 억압까지 가한다. 작가들은 이제 이중으로 자기 검열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 전반의 퇴행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다시 정리하자. 시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 시장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이 문화예술 정책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 곧 국가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시장의 현실상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국가의 개입만이 해답이라는 뜻도 아니며,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국가가 간섭을 해도 좋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간섭이 싫으면 지원도 생각마라, 말한다면? 더러우니 받지 말아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싸워서라도 받아내야 한다. 정부기관은 국가기금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주체이지 그 돈의 주인이 아니다. 작가는 국가로부터 그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받는 것이고, 한 사회의 꽃으로 나무로, 눈으로 귀로, 입으로 발로, 밀실로 광장으로, 쓰레기통으로 바다로, 죄인으로 병자로, 예언자로 제사장으로, 반항아로 혁명가로, 그리하여 결국 작가로 존재하면서 그것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자이다. 문학이 통치성(governmentality)에 복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의 탈영토화를 고민해야지 재영토화된 것을 문학의 전부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반항아가 자라서 혁명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7. 한국 문학의 위기는 작가들의 의지박약과 전망 부재 때문인가?
그런데 이런 논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일테면 조영일은 시장에 대한 상투적 적대감정에 기대어 국가의 개입을 통한 ‘분배의 정의’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또 가능한가 묻는다. 이 글의 목적이 조영일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 중에도 이러한 의문에 사로잡혀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으니 좀 돌아가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분배적 정의’는 ‘정의’와 무관하다”고 했던 존 롤스와 “그것(분배적 정의)은 국가적 폭력(약탈)을 정당화하는 이념으로 기능한다”고 말했던 가라타니 고진을 인용하면서, 조영일은 “국가가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군가로부터 그것을 (폭력적으로) 빼앗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를 위해 그는 문학지원금의 일부가 복권기금으로 나온 것이며, 이 기금은 사실상 사회적·경제적 약자들로부터 갈취한 돈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국가가 우리사회의 약자들에게 빼앗은 돈을 ‘분배적 정의’라는 고상한 이름하에 문학가들에게 지급했다는 것, 그러나 어떤 문학인도 이런 모순적 구조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조영일에 따르면, 작가들이 이런 복권기금을 받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것은 탈취된 돈을 받음으로써 개개인이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죄책감을 친절하게도 국가기구가 나서서 ‘공적으로’ 처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죄책감 없이 돈을 받을 수 있고, 국가는 정의롭고 품격 있는 문화국가의 모양새를 낼 수 있으니 확실히 상부상조인 셈이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조영일의 이런 비판이 국가가 아니라 작가에게만 일방적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국가란 원래 그런 것이지만 작가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청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잘못된 문화예술 정책의 수립을 막지 못하고 결국에는 국가의 비도덕성에 합승한 작가들의 한계도 분명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잘못은 사행심을 조장해 결국에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복권 제도를 국가가 나서서 활성화시키고 그것으로 공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분배적 정의가 국가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념으로 기능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건 사실 분배적 정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조영일은 작가에게만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일까. 더구나 그는 작가들에게 엄격한 도덕성뿐 아니라 극도의 청빈성까지 요구한다.
그는 황석영의 글(｢전업이 고통으로 감당하는 문학의 본령｣, 창작과비평, 2007년 여름호)을 인용하며 “많은 문학인들이 ‘문학시장’의 위축을 들며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창작할 여력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데, 황석영에 따르면 이전에는 더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특히 장편소설)은 바로 그런 ‘가난’을 감수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이는 먹고사는 데 안정을 찾은(다시 말해, 문예창작과 교수가 된) 문인들이 하나같이 제대로 된 작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명백하다.”(조영일, 앞의 책)고 말한다. 그러나 교수들이 작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먹고사는 데 안정을 찾아서라기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즉 돈을 벌어 생활에 안정을 찾느라 작품 생산에 시간과 공력을 온전히 바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간과한 채 조영일은 황석영의 글이 논지 전개가 엉망이라고 비판하면서 ‘창작자로서의 황석영’이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황석영’을 설정해야 그 글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글에 모순이 발생한 것은 창작자로서의 황석영과 정치가로서의 황석영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 짧은 글의 논지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다소 들쑥날쑥 논의를 전개시키고 있긴 하지만 황석영이 옛날을 들먹이며 작가들은 지금도 무조건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19세기 말의 문인들은 문학의 산업화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며 ‘빈곤과의 싸움’을 일종의 문학적 투쟁으로 여겼으나 오늘날의 작가들은 빈곤하지 않으면서도 빈곤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우울증을 앓는다는 진단은 분명 경청할 만하다. “기껏해야 시민의 대열에 보조를 맞추면서 그로부터 낙오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자본의 논리에 잠식된 예술가가 그 너머의 삶과 예술을 기획하기란 어려울 것이므로, 작가들의 이러한 태도에 일침을 놓는 일은 우리 문학의 각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나는 이를 위해 그가 일부러 악역을 도맡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한국문학에 대한 지극한 애정에서 비롯했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로부터, 작가는 반드시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거나 한국 문학은 이제 ‘유토피아에의 의지’를 모두 상실한 채 오로지 국가기금을 통한 국가의 ‘상징적 인정’을 통해서만 문학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너무 과격한 비약이 아닌가. 더구나 이 모든 잘못을 작가 개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 그가 정확히 말했듯이 “‘새로운 문학’은 몇몇 새로운(그러나 별로 새롭지 않은) 문학적 시도나 인적 자원의 교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학시스템(생산/유통/소비)의 전체적인 재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기존에 주어진 문학시스템 속에 안주하려는 작가들”이 아니라 바로 이 문학시스템이다.
8. 우리 시대 작가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문학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비단 한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만은 아니다. 한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만 해도 그 나라의 노동, 복지, 교육정책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경제와 정치 수준,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연관된다. 당연히 그 나라 사람들의 시민의식과도 잇닿아 있다. 그것은 또한 전지구적 자본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학문과 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말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끝없이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가를 그 시대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제언이 그 사회 전체에 대한 분석과 반성 없이 진행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같이 가는 것이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정책이 작가의 정체성이나 제반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므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고민을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나 이익집단의 투쟁으로만 왜곡해서 이해하고 그런 식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문화예술 정책에 어떤 관심도 갖지 않는 것이 작가적 순결성을 보장해준다는 오해도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변혁시키기 위한 운동과 함께 우리는 우리들의 몸-글쓰기를 현실의 이 시스템 밖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이 완고한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은 오히려 그러한 움직임이다. 정책에 대한 저항이, 시장에 대한 비판이 저 시스템의 중심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 시스템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랑시에르가 치안의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활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감각적인 것의 나눔’을 새롭게 구성할 것을 제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문학의 정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랑시에르가 자주 인용되고 있는데, 많은 부분 논자들의 필요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랑시에르는 “문학의 정치는 작가의 정치가 아니다”(랑시에르, 문학의 정치)라는 것을 분명히 했지만, 그것이 ‘예술의 순수성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이 순수성 자체도 사실 정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는 어떤 작품이 모험적인 실험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감성적 분배에 참여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예술의 정치적 잠재성은 ‘예술의 자율성’이 아니라 ‘감성적 경험의 자율성’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랑시에르가 말하는 정치성은 그 지배적 담론체제 자체를 파열시켜 새로운 종류의 감성적 분배를 가져올 삶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이 가지는 한계는 명백하다. ‘참여’예술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분배되어 있는 정치세력의 장 안에서 하나의 세력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랑시에르는 “노동자 해방은 탈정체화 작업을 통해서만, 지배가 벼려놓은 노동자들의 행하고, 보고, 살고, 느끼고, 말하는 방식들에서 벗어나는 틈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서만 하나의 집단적 주체를 벼릴 수 있음”(랑시에르,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양창렬 역, 도서출판 길, 2008, 27쪽)을 분명히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정치적 주체가 되어 지각장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학이 하는 일이며, 곧 문학의 정치성이다. 그러나 문학의 정치가 곧 작가의 정치는 아니지만(어떠한 불일치도 파생시키지 못하는 타성화된 참여로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문학의 순결한 성 안에만 머무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문학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문학에는 순결한 성 따위가 존재하지도 않았거니와, 그렇게 구획된 세계 안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태도야말로 감각의 자율성을 통해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창안하려는 미학적 기획과 거리를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문학적 긴장뿐만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험은 문학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한다. 문학의 삶-되기, 이 어려운 길이 바로 작가의 길이다.
내일을 여는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