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는 숫자였다. 밤이 깊어도 반성하지 않았다.
파뿌리 같은 늙은 개와 모니터가 한 대 더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광고를 보며 아파트를 한 채만 더 갖고 싶다 하였으나…….
통유리로 바람벽한 아파트 안에
손톱이 빨간 에미의 아들.
병자年이라든가 미국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모 배우 매니저의 숱 없는 머리털과
그 작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삼십 년간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텔레비다.
채널은 돌려도 돌려도 새롭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노예를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상식을 읽고 가나
나는 화면 바깥에 언제나 갇혀있다.
찬란히 틔여오는 모든 아침부터
몇 방울의 괴력난신(怪力亂神)이 화면마다 섞여 있어
안이거나 밖이거나 침 흘리는
꼴린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내일을 여는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