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난 흙집이 벌집 모양으로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당고개
희망 없는 희망촌처럼
카불의 달동네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다
이따금 일어나는 흙바람으로
이 동네는 온통 먼지뿐이다
지킬 것이라곤 달랑 몸뚱어리 하나뿐인데
흙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카불 사내의 눈동자,
조준하듯이 노려본다
아버지와 형을 잃어버린 아이가
‘상계초등’이 박힌 츄리닝을 헐렁하게 걸치고 있다
막대사탕을 빨다가 총 쏘는 시늉을 한다
언덕길 양쪽으로 도랑처럼 내려와 말라버린 수채,
살에다 알을 스는 파리 떼가 냄새처럼 들끓는다
한쪽에서 흙벽돌을 쌓아올리면
다른 한쪽에선 포격으로 무너져 내린다
무너진 집에서도 사랑은 있고
몇 년 후면 총을 들 아이들이 줄줄이 태어난다
카불에는 집집마다 그들만의 달이 뜬다
내일을 여는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