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수영이 ‘적(敵)’에 대해 쓴 시는 모두 7편이다. 「더러운 향로」(1954), 「하...... 그림자가 없다」(1960), 「아픈 몸이」(1961), 「적」(1962), 「현대식 교량」(1964), 「적1」(1965), 「적2」(1965)가 그것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그의 시력 전체에 걸쳐 ‘적’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분포에는 눈여겨보아야 할 굴곡이 있다. 4․19의 혁명적 고양과 좌절에 연결되어 있을 작품들이 그것이다. 「하......그림자가 없다」 「아픈 몸이」 「적」 세 편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적의 일상적 편재(遍在)에 대해 말한다. 적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들의 곁에 있다”. 4․19 직전에 씌어진 시 「하...... 그림자가 없다」는 그 일상적 적에 대응하는 “민주주의의 싸움”을 이야기한다. 그 싸움이 일상 속의 적에 맞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편재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적’과 ‘싸움’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동일한 위치규정을 받고 있지만, 이 둘 자체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적’과 ‘싸움’에 대한 김수영의 차이나는 인식을 아는 것이야말로 그가 ‘적과 함께 하는 삶’을 말할 때에도 ‘적’을 넘어서는 삶을 주장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 있어서의 전제이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바로 그 싸움의 삶을 노래했다. 「반시론」의 종결부에 진술되는 언어가 그렇다. 그는 “더 큰 싸움, 더 큰 싸움, 더, 더, 더 큰 싸움”에 대해서 말하고, 그것을 “반시론의 반어”라고 정리한다. 이 반시론이 현실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의 통일에 있었음은 그에게 영향을 준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사항이지만, 현실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의 통일이 이미 그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4․19를 거치면서 김수영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적’과 ‘싸움’의 편재성은 그 ‘싸움’을 모든 존재의 보편적인 삶의 과정으로 전환시키는데, 바로 이때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현장에서의 현실적인 것과 보편적인 삶의 과정에서의 심미적인 것이 서로 개입되면서 차이 속의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차이 속의 통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또한 차이나는 반복이기도 하다.
김수영은 이미 「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1953)에서도 ‘싸움’의 현장을 역설한 바 있다. 이때 싸움은 역사적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모든 존재의 보편적 과정인 ‘자유의 여정’이다. 그런데 4․19에 이르러 그 (민주주의의) 싸움이 하늘처럼 크나큰 것이어서 “그림자가 없다”고 말해야 할 만큼 압도적인 것으로 진술된다는 점을 주목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그것은 단순히 선악의 싸움 혹은 아군과 적군의 싸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자아와 세계의 싸움과 같은 것이며 진리의 출몰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과도 같은 것이다. 이 싸움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싸움의 대상일 ‘적’ 또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김수영의 시에 ‘적’이 편재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픈 몸이」에서 “아픈 몸이 /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고 김수영이 쓸 때, ‘아프지 않음’이란 곧 자아와 세계의 싸움이 도달하는 궁극의 지점을 의미할 것이다. 그곳에 도달하기위해 함께 할 존재들이 바로 ‘식구, 친구, 적, 적의 적’이며 그 존재들을 총칭하는 것으로서의 “무한한 연습”이다. ‘무한’이라는 말이 공간적 편재성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적’과 ‘싸움’은 삶을 위한 여러 연습의 일상적 드러남과 동일한 내포를 갖는다. 「적」도 마찬가지이다. ‘적’은 “나의 양심과 독기를 빨아먹는 / 문어발 같”은 존재이지만, ‘부하를 사랑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일상적 삶 속에서 그들은 사라져 버린다. 이 시적 진술은 이미 「하...... 그림자가 없다」에 나타나고 있는 “우리들의 곁에 있”는 적을 환기한다. 일상 속에서 사라진다는 말은 적이 그 일상의 어디에나 녹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역설의 의미화 속에서 김수영은 이렇게 쓴다.
나의 적은 아직도 늘비하지만
어제의 적은 없고
더운 날처럼 어제의 적은 없고
더워진 날처럼 어제의 적은 없고
적이 늘비할 때, 다시말해 적이 어지럽게 이곳저곳 흩어져 있을 때, 그 일상성 속에서 적은 사라진다. 시인은 그 말을 세 번 겹쳐서 점층적으로 강조하는데, 이 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하를 사랑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존재들에 대한 긍정의 과정과 함께 그 의미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와 대립하는 ‘적’조차도 나와 같은 이유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 따라서 그 ‘적’이 ‘나’로 변신할 때, 그 의외의 의미가 점차 시인을 압도해 버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적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존재로 변신할 때, ‘적’을 소재로 한 작품(「적 2」(1965))의 마지막에서 그는
제일 피곤할 때 敵을 대한다
날이 흐릴 때면 너와 대한다
가장 가까운 敵에 대한다
가장 사랑하는 敵에 대한다
偶然한 싸움에 이겨보려고
라고 진술한다. 바로 직전에도 그는 “敵을 兄弟로 만드는 實證”(「현대식 교량」(1964))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었다. 이때 적은 더 이상 ‘전부 아니면 무’와 같은 경쟁 대상이 아니다. 적은 차라리 한 존재의 외부에서 그 존재를 실존의 영역으로 잡아당기는 타자적 존재라고 해야 한다. 나와 적은 이렇게 서로 영향관계로 살아 있다. 그 일상적 주고 받음의 그물망이야말로 모든 문학적 수사를 넘어서서 힘의 우열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들의 관계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김수영이 한국 현대시단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논의 앞에서 ‘싸움’에 대한 그의 그 정의를 이야기한 것은 그 영향의 일상적 양상들을 환기하기 위해서이다. ‘싸움’은 관계 맺음이고, 관계맺음은 함께 살아가기이다. 영향은 그런 의미에서 살펴져야 한다. 그것이 시인의 삶이며 시라는 사실을 김수영은 ‘반시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 “반시론의 반어”에 대해 말함으로써 증명한다. 현실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의 통일로서의 반시란 그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형식과 내용의 통일과 길항에 대해 논의한 것을 상기키는 개념이다. 그것은 ‘자유의 과잉=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적이 나이고, 아내이고, 친구들인 이 세계에 대해 그는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의 <혼란>”을 강조한다.
2
혼란이 강조된다는 것은 나와 적이 관계 맺는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말이다. 이 영향관계는 “외부에 있는 위대한 시에 의해서 발견되는 치욕과 영광”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외적 강제가 ‘자유의 상실’이나 ‘자율성에 대한 위협’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H. 블룸은 말한다. 혼란이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라는 진술이 이때 도드라지는데, 이것은 결국 외부에 대한 승인의 과정을 통해 자유를 확장해가는 유동적 정체성의 양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고정된 것은 없다. 가능한 것은 한 존재가 외부로 나아가면서, 혹은 그 외부가 존재의 내부로 유입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자아의 확장이라고 해야 한다. 시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확장해 나간다.
혼란과 사랑과 자유라는 김수영의 시 영역이 그 이후의 시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이 영역은 시 내부에서나 시 외부에서나 그 반향의 정도가 지대할 수밖에 없는데, 시적 새로움이라는 테제 자체가 이미 그 영역에 긴밀히 관련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적 새로움은 현대시인들에게는 시의 모든 운명과도 같은 규정적 지침일 것이다. 혼란이 이 새로움과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적 담론의 영역에서 김수영은 한가운데 위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비단 김수영 이후의 시인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그의 이전 시인들과의 관계에서도 그 중심성은 마찬가지이다. 김수영의 시를 모더니즘으로 보는 것은 대체적인 연구자들의 견해인데. 김수영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이후의 연구자들 대부분에 의해 수용되고 있고 이러한 관점은 그가 모더니즘의 폐해를 극복했느냐 아니냐라는 문제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김수영이 모더니즘 동인지에 깊숙히 발을 들여놓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전기에서 알 수 있듯이 모더니즘과 상당한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로놓인다. 그 자신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여러 곳에서 밝혀놓고 있기도 하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는 문학적 모더니즘의 현대주의에서 드러나는 부정정신을 자기부정의 영역으로까지 심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시세계를 변혁시킬 수 있었고, 이것이 김기림과 비교할 때의 그의 변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내면의 깊이로만 침잠함으로써 문학의 비판력을 대사회적으로 확장시키지는 못했던 이상(李箱)과 달리 강렬한 현실발언을 통해, 그리고 일상에의 탐구를 통해 근대의 완성과 극복을 추구한 시인이었다. 이상이 내면에 갇힘으로써 현실에 대한 자기모멸적 풍자에 머물렀다면 김수영은 풍자와 해탈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특한 방법의 소유자였다.
한편, 초기 김수영을 모더니스트로, 후기 김수영을 참여시인으로 규정하는 관점에서 볼 때 그가 모더니즘을 어느 정도나 극복했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문학사의 특이한 정황과 관련된다. 김기림이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에서 저간에 있어온 모더니즘의 공과를 논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모더니즘은 카프의 정치성에 대한 반정립적 성격을 획득하면서 모더니즘의 정치적 성격을 상당부분 억압당한다. 식민지적 폭력에 의한 카프의 해산은 우리 근대문학으로 하여금 일체의 정치적 내용을 배제한 반쪽의 근대성만을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김기림이 30년대의 문학을 논의하면서 모더니즘을 허구적인 기획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로 보건대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 비판과 함께 30년대 모더니즘의 갱신을 위해 새롭게 추구해야 할 길로 김기림이 내세운 것은 모더니즘과 사회성의 종합이었고, 그 임무의 비극적 담당자는 이상이었다. 연구자들이 한국 모더니즘에 있어서 이상 이후의 인물로 김수영을 꼽는 것은 따라서 위와 같은 김기림의 의견과 동일한 맥락에서 모더니즘을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의 한국 모더니즘이, 전면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타율적 강압에 의해 ‘문학=순수=비정치성’이라는 인식과 함께 출발했을 때, 그것이 온전히 전(前) 시대의 문학에 대한 내재적 비판과 극복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후 한국문학으로 하여금 ‘사회성과 정치성에 대한 문학적 진술’이라는 논점에 집중하도록 한 하나의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억압된 것의 회귀’가 나타나는 것인데, 모더니즘의 한계를 극복했느냐 아니냐의 논의도 궁극적으로는 문학이 어느 정도나 사회성과 정치성으로서의 현실적 효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의식에 닿아 있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적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모더니스트로서의 문학적 기법만을 주장하지도 않았고 문학을 뒤로 한 편내용적 참여를 주장하지도 않았다. 이런 태도가 그로 하여금 김춘수와 신동엽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는데, 역설적인 말이지만 이 때문에 그는 문학에 대해서도 현실에 대해서도 항상 긴장감 어린 대결의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김수영이 모더니즘을 극복했느냐 아니면 그 한계에 갇혔느냐 하는 것은, 실상 필요 없는 논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김수영은 시의 형식과 내용이 끊임없는 자기 변화의 과정에 놓임으로써만 상호적인 긴장을 획득하고, 그래서 진정한 시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자각했던 시인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그는 모더니즘 이전에 문학으로써 계속 어떤 한계를 부수려 했던 시인이었다. 그에게는 그 한계를 부수는 과정이 곧 시를 쓰는 과정이었다. 이것이 김수영 시의 모더니즘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김수영과 그의 선배 시인들과의 영향 관계의 핵심이라면, 이는 김수영이 후대 시인들에게 갖고 있는 압도적 영향력에 의해서 사후적으로 증명된다. 이 사후성이야말로 H. 블룸이 이야기하는 환생(apophrades)에 해당할 것이다. 가령 황동규의 ｢계엄령 속의 눈｣ 같은 작품은 김수영의 ｢말｣의 분위기를 전제하지 않고는 그 시의 아우라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며, 황지우의 ‘시적인 것은 실재로 있다’라는 말은 김수영이 일상 속에서 시의 세계를 찾아낸 것과 그대로 비교될 수 있고 백무산의 몇몇 시들은 김수영의 ｢여름밤｣의 언어와 목소리를 그대로 빼닮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혼란과 사랑과 자유라는 언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혼란이 이성적 질서와는 대립되는 그것이라는 점과 함께 사랑과 자유를 고려할 때 참고해야 할 유력한 담론이 정신분석학이다. 이는 최근의 젊은 시인들이 많이 기대고 있는 시적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김수영이 정신분석학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우리는 그의 초현실주의에 대한 관심에서, 그의 글 여기저기에서, 그리고 그의 번역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생활현실과 시｣(1964. 10), ｢박인환｣(1966), ｢참여시의 정리 : 1960년대의 시인을 중심으로｣(1967), 번역문인 ｢정신분석과 현대문학｣(1964. 6), ｢쾌락의 운명 : 워즈워드에서 도스또예프스끼까지｣(1965. 10～11) 등이 이에 해당하고, 시적 무의식을 말하는 ｢시여, 침을 뱉어라 : 힘으로서의 시의 존재｣(1968. 4)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들 중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하는 글은 ｢쾌락의 운명｣이다. 이 글이 죽음과 사랑의 동시성을 이야기하는 프로이트의 후기 저작 ｢쾌락원칙을 넘어｣(1920)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쾌락원칙’이 죽음본능에 지배된다는 사실이다. 죽음본능이 지배적인 이유는 모든 유기체가 이전의 상태를 복원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모든 유기체는 무기체로부터 나왔으므로 유기체는 본능적으로 그 이전의 무생물, 혹은 정지의 상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김수영이 프로이트의 ｢쾌락원칙을 넘어서｣를 중요하게 읽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 글이 주목받았던 것은 자아의 절대적 타자성을 인정하는 이 글의 내용 때문인데, 그러나 미국식의 자아심리학은 분열된 자아를 통합시켜 사회에 재적응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었다. ｢쾌락원칙을 넘어서｣는 그런 자아심리학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저작인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 글이 주목받은 것은 자아심리학과는 무관하게 라깡과 데리다 같은, 1960년대 프랑스 지성계의 한 흐름 때문이었다. 특히 라깡이 위와 같은 미국식 자아심리학에 반발하여 ‘프로이트로 돌아가자’라고 주장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김수영이 1960년대 프랑스 사유의 흐름을 접할 기회는 없었으리라고 판단된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정신분석학 논의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 사실은 그의 번역이 예증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그는 죽음과 사랑의, 절대적 타자관계에 있는 이 둘의 동시성을 어떻게 말하게 된 것일까? 위에서 말한 트릴링의 글에 나타나는 죽음론의 영향을 그는 ｢연극하다가 시로 전향｣의 말미에서 밝혀놓고 있는데, 이것 이외에도 테이트의 다음과 같은 진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김수영이 번역한 현대문학의 영역에 ｢현대시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글에서 테이트는 단(Donne)의 ｢이별의 노래｣를 시 이해에 있어서의 역사적 지식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시의 精妙한 直喩는 사랑의 행위와 죽음의 순간과의 類似를 몇 개의 단계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독자가 혹 중세영어에서 16세기를 통하여 ｢죽는다｣(die)라는 동사가 第二義的 의미로서 ｢사랑의 행위를 행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이러한 類似는 새로운 의미의 테두리를 향해서 확대하리라고 생각한다.(160면)
물론 테이트의 이 진술은 언어에 대한 역사적 지식의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 프로이트가 설명한 죽음과 사랑의 관계를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수영이 영어에 능통해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테이트의 이 진술이 그의 언어감각을 일깨웠으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추론될 수 있다. 그러한 언어 감각이 김수영으로 하여금 사랑과 죽음의 동시성을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그럴 수 있는 것이 주체(의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곧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시 ｢쾌락원칙을 넘어｣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사랑은 삶의 활력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근본적 힘이다. 말을 바꾸면, 사랑은 삶의 혼란스러운 역동성을, 죽음은 그것을 넘어선 열반상태의 조용함을 불러온다. 김수영이 사랑을 욕망 속에서 발견하려 한 행위는 사랑의 그 분출하는 힘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김수영의 ‘사랑’과 관련하여 유의해 읽어야 할 ｢사랑의 변주곡｣이 감정적 솔직성과 함께 언어적 범람 상태에 있음을 상기할 수 있다. 이 시의 이러한 언어상태는 물론 시의 감정상태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는, 김명인이 읽은 대로 ‘낭만적 의식 과잉과 주술적 열광’의 상태에 들려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사항이 더 주목되어야 한다. 그것은 그 혼돈과도 같은 열광이 사랑의 생성하는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혼돈으로서의 어떤 생성이 그것인데, 이것은 김수영이 1960년대 내내 보여주었던 일상시의 상태와 연결된다. 그의 일상시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리된 일상적 삶이 아니다. 그의 일상시는 하나의 일관된 관점, 사유, 행위로 통일되지 않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형상화이다. 혼돈의 열광이 갖는 힘을 고려할 때, 사실은 이것이 그의 일상시가 갖는 생성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것을 소란, 소음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꽃을 주세요 우리의 苦惱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時間을 위해서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 가는 소란을
―｢꽃잎(二)｣ 부분
시의 2연은 꽃이 소란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그 꽃은 1연에서는 “뜻밖의 일”과 “다른 시간”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꽃이 어떤 생성의 차원을 지칭할 때, 소란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낡은 현실과는 다른 시간, 뜻밖의 일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 소란이 사랑의 차원에 있음을 다음 시는 노래한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이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 구석에
철늦게 핀 여름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 듯
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二층
땅의 二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人情의 하늘이 가까와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라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땅에만 소음이 있는 줄만 알았더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먼저 있는 줄 알았다
地上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도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여름밤｣(1967. 7. 27) 전문
소음과 사랑이 뒤섞여 있는 상황은 사랑의 모습이 삶의 혼란스러운 역동성과 관련된다는 프로이트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사랑에 죽음이 함께 있다. 이것은 김수영이 일찍이 주목했던 내용인데, 이 죽음과 사랑을 결합하여 현대시가 나타난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음 혹은, 혼란과 관련해서 ｢詩人의 精神은 未知｣(1964. 9)를 읽어볼 수도 있고 ｢시여, 침을 뱉어라｣(1968. 4)를 읽어볼 수도 있다. 뒷글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시에 대한 사유는 아직도 그것을 공개할 만한 명확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나의 모호성은 詩作을 위한 나의 정신구조의 上部 중에서도 가장 첨단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없이는 무한대의 혼돈에의 접근을 위한 유일한 도구를 상실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는 모호한 상태에서 세계를 개진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진술이다. 마지막 문장은 세계의 그 생성이 무한대의 혼동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암시한다. 같은 글의 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겨 놓았다.
나는 자유당 때의 무기력과 무능을 누구보다도 저주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지만,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도 자유는 없었지만, <혼란>은 지금처럼 이렇게 철저하게 압제를 받지 않은 것이 신통한 것같다. 그러고 보면 <혼란>이 없는 시멘트 회사나 발전소의 건설은, 시멘트 회사나 발전소가 없는 혼란보다 조금도 나을 게 없는 것같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 <혼란>의 향수가 문화의 세계에서 싹트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미미한 징조에 불과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극히 중대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본질적 근원을 발효시키는 누룩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시의 임무인 것이다.
그의 온몸 시론은 이러한 ‘혼란’관과 밀접하게 연관됨으로써 근대 이성주의의 어떤 임계점을 돌파하도록 해준다. 데카르트의 이성주의 철학이 반대급부로 야기했던 억압적 근대담론의 현실적 형태가 사실은 우리 현실이 체험한 식민지, 6․25, 5․16이었다. 모든 사건은 그 토대에 경제적 동기를 가지면서도 그것의 자율적 상부구조로서 정치적 철학적 면모를 띠게 된다. 그 정치경제적, 철학적 근대 담론이 이성적 목표를 근거로 해서 사회를 분류하고 결합시킬 때 사람들은 일종의 억압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왜냐하면, 거기에는 삶들 내부로부터 솟아나는 생성의 혼란을 통제하고 억누르는, 푸코에 따르면 무의식적인 근대의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상 5․16은 혼란을 바로잡고 조국의 경제적 근대화를 실현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정치 권력의 무소불위성이 횡행했던 시대의 출발점이었다. 프로이트의 철학적 관점이 그러한 근대 이성주의의 영역을 넘어서 있는 힘을 상정한다는 것은 그래서 강조되어 마땅하다. 김수영의 온몸시론, 혹은 혼란의 담론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역사적 진리의 이름으로 통제되고 구획된 채 억압당한 삶의 생성력을 혼란의 이름으로 복원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생성을 통해 낡은 세계가 떨어져 나갈 때 죽음이 구현되는 것이다. 시가 죽음과 사랑의 대극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이 혼란의 담론은 그의 역사의식의 새로운 차원이라고 평가되어야 한다. 김수영은 1950년대에 속도주의로서의 근대를 추구하다가 1960년대의 초입에서 좌절하고 일상의 현실로 들어가는데, 그 속에서 그는 현실의 생성하는 힘을 그것의 혼란의 세계와 함께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그로써 생성될 역사는 아직은 시작이었는데, 그는 죽기 직전에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의 과잉을, 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시여, 침을 뱉어라｣
3
김수영의 사랑과 죽음이 생성으로서의 혼란이며 그를 통한 시작(始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야말로 그의 시를 최근의 젊은 시인들과 연결시키는 가장 뚜렷한 선이라고 판단된다. 그 시작은 시의 영역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항상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전위적 영역과 연관될 수 있는데, 그가 「시의 <뉴프런티어>」에서 “시가 필요 없는 곳”을 말했을 때, 바로 전위 예술의 담론이 하나가 동반된다. 전위예술은 예술의 자살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 ‘죽음-자살’과 그를 통한 생성의 흔적이야말로 한국의 최근 시편들이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장소와 행위들의 예술적 연루라고 여겨진다. 김수영의 시가 후배 시인들에게 끼치는 영향, 혹은 후배 시인들이 김수영에게서 받아들이고 불안해하면서 자신의 시를 또다른 환생으로 만들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감각의 창조인데, 그 창조가 죽음과 이어지는 것이다.
‘새로움은 자유이며, 자유는 새로움이다’라는 진술을 고려하면서 김수영이 한국시의 전위적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그의 시가 다른 모더니즘 시들과의 사이에서 보여주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들 시편들의 새로움이라는 지평 속에서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위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아도르노는 “아방가르드의 개념은 수십 년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스스로를 가장 진보적 사조라고 해명하는 조류들을 망라하고 있는, 마치 나이 많은 어린 아이와 같은 우스운 면을 지닌다.”(미학이론, 문학과지성사, 44면)고 말한다. 그 결과 현대예술은 자신의 기반을 온전한 무의 상태로 돌리는 역설에 도달하게 된다. 김수영이 “시의 ‘뉴 프런티어’란 시가 필요 없는 곳”(｢시의 ‘뉴 프런티어’｣)이며 “진정한 시인이란 선천적인 혁명가”(같은 글)라고 쓸 때의 그의 문학 정신이 초현실주의적인 데 닿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새로움의 지향이야말로 전위문학의 핵심적 필요사항이다. 그런데 새로움의 문학이 ‘역사’ 그 자체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역시, 아도르노는, “현대예술은 바로 이 현대예술에 의해 단절된 바 있는, 비변증법적이고 아무런 비약도 없는 완만한 발전의 연속체 속에서 평준화된다. 물론 새로운 것을 어느 정도 옛것 속에 옮겨놓지 않고서는 정신적 현상들을 해석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숙명적인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미학이론, 41면)고 쓴다. 전위문학은 그것의 과거 배경으로부터 그리고 그 자신의 내부로부터 이미 새로움의 ‘역사철학’을 형성한다.
김수영은 ‘배반의 배반의 배반’을 말하는 시인이었다. 기존의 시 형식에 대한 거침없는 부정이라는 행위가 그 말 속에는 있다. 당연히 말은 그것의 배면을 깔아둔다. 가령, 김수영은 ｢묘정의 노래｣를 그의 문학 활동의 공식적 출발기에 발표하고 있다. ｢묘정의 노래｣가 그의 시세계에서 주류적 형상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시는 근대적 삶의 날렵한 속도를 말하기보다는 전근대적 공동체의 정서적 면모를 환기해준다. ｢묘정의 노래｣를 전체적으로 볼 때, “南廟 문고리” “朱雀星” “矢箭” “胡弓” “關公” “香爐” 등의 의고적 이미지들과 “半절이 過하도다” “百花의 意匠” “萬華의 거동” “香爐의 餘烟”같은 한자어투, 그리고 “靑裳이어라” “過하도다” “사위도 스럽구나” “잃었더라” 등의 종결어 처리는 그 면모의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다. 그것들은 이제 막 해방된 조선의 새로운 미래에 흥분하고 있던 신시론의 모던 보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놀림감으로 의미화되는 것이 당연했던 저 지나간 억압적 과거의 징후였다. 그리고 김수영은 그 과거를 6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과거로 변모시킨다. 그것이야말로 의미있는 반복이 아닐 수 없다.
이 등단작은 김수영의 모던한 시편들 배면에 무엇이 깔려 있는가를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그것은 김수영을 한국시단이 호명할 때 주목하게 되는 시적 모더니티의 영역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둔 면모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따라서 그 역사를 이루는 현실의식이 주도면밀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전위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일은 그러므로 그 현실의식을 주조하는 역사적 차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렇게 전제사항을 달아두어야 할 것이다. 전위시란 지나간 것들을 부정하면서 스스로 지나간 것들의 역사 속으로 편입되는 시이다. 그 지나간 것들에 김수영이 ｢시의 ‘뉴프런티어’｣라는 산문에서 끄집어내는 것도 바로 그런 전위시의 가능성이다. 그 자의식이 없다면 전위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말해두기로 하자.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지향하는 상기(recollection)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는 반복(repetition)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경험한 것들에 차이를 부여하면서 그것을 미래를 향해 되풀이하는 행위이다. 새로움의 미학에 지핀 최근의 시편들을 넘어 독자들이 한국시에서 찾아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새로움이라는 유령에 들려있는 시들의 시대에 오래된 것의 차이나는 반복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여유이다. 그것이 ‘비물질적인 것 마저 성장을 위한 신상품의 포장으로 사용하는 자본의 능력’(A. 고르)에 반대하는 길일 것이다. 그것이 김수영의 후예들이 오직 미학적 새로움에 들려 있는 때에 “시의 스승은 현실이다”라고 일갈하는 김수영을 환생시키는 길이며, 형식의 해방을 강조하는 수전 손택을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배제시키는 김수영의 시정신이다. 지금 한국시에서 김수영의 영향관계를 따져 묻는 일에는 그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한다. 몇 년 전의 미래파 논쟁에서도 최근의 정치적 감각 논쟁에서도 김수영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런데 김수영 말고도 형식과 감각의 해방을 강조한 이는 한국 시단에 무수히 많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 형식과 감각의 해방만을 외치면서, 내용을 환기하지 않은 채 그 형식과 감각의 해방만으로 정치적 해방을 환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김수영의 영향이라고 말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김수영의 영향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그의 ‘적’에 대한 사유를 먼저 이야기했던 이유이다. 적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의 영향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시인들은 모두 김수영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영향은 적으로부터의 영향도 있는 것이다. 시인들은 김수영이 이미 시에서 썼듯이 서로를 빨아들이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 영향을 “원천연구, 사유의 역사, 이미지 패턴으로 요약할 수는 없다. 시적 영향은......진정한 시인의 일대기에 대한 연구여야만 한다”고 H. 블룸은 말한다. 그 과정에서 보면 시인들 모두 적일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김수영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와 현재의 시인이 어떻게 적이 되었는가를 진술하는 일일 것이다. 시인들은 김수영과 어떻게 차이나는가에 대한 주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는 무엇보다도 시인들 자신의 자의식이 필요하다. 그 부정성이야말로 모던한 시인들의 진정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내일을 여는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