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특별호(통권 58호)

[변화의 길목]

독수리의 출현과 에르덴조 사원 찾기

임동확

모든 시인들은 크던 작던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무명이든, 유명한 시인이든 그 변화를 제 먹잇감으로 삼는다. 모든 시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거듭되는 생성의 세계를 그 자신의 자양으로 삼는 까닭이다. 그런 만큼 이전에도 이후에도 단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이 없는, 단 한 번뿐인 변화의 순간을 많이 소유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자일수록 그는 더욱 시인이다. 쉴 새 없이 새로 태어나려는 힘과 소멸하는 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의 대극이 모든 시의 발화점이며, 그 뜨겁거나 차가운 대지나 창공에서 한시도 멈추지 않은 채 위태롭게 춤추는 맨발의 무당 같은 존재가 다름 아닌 시인들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인들이 이러한 변화를 달가워하는 건 아니다. 특히 명망 있는 시인들일수록 끊임없는 자기부정 또는 자기갱신의 초발심을 상실한 채 기존의 명성이나 작품적 성과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변신을 통해 더 이상 얻을거나 잃을 것이 없다는 자아 팽창(self inflation)이나 한낱 헛된 자만심이 한 시인의 죽음을 부른다. 애써 자신들이 구축해온 것들을 또 다시 뒤엎으려는 결단의 부재나이나 관성적인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종내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느덧 ‘중진 시인’이라는 칭호가 자연스러운 고형렬 시인과 김정환 시인의 시적 변화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굳이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과 사고를 뒤집는 그들의 시적 갱신의 의지는, 준열한 자기비판과 자기 성찰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그렇고 그런 시적 성과에 안주하는 시단과 시인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날마다 영원과 순간의 시간을 동시에 사는 시인의 존재방식을 새삼 일깨워준다.

먼저 김정환 시인의 경우 그의 시적 변화는 「독수리」란 시로 표출된다. 그리고 바로 ‘독수리’라는 소재를 그의 데뷔작 가운데 하나인「마포, 강변동네에서」에 나오는, 강바닥에 자라는 ‘억새’와 비교해볼 때 그의 변신은 더욱 뚜렷하다. 곧 집단적인 민중적인 생명력을 상징하는 ‘억새’에서 고독하면서도 당당한 개별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독수리’로의 이행은 단지 공간적이고 상승적인 이미지로의 확장을 뜻하지 않는다. 그 자신이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던 간에, 그것은 자신의 심연 깊숙이서 솟아오른 영적인 비상을 뜻한다. 단지 그것은 소재나 주제의 변화의 아니라 필시 그 자신의 내면의 변화 또는 새로운 세계관의 획득에 따른 상상력의 변화 또는 시적 거점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그가 갑자기 이전의 세계를 한꺼번에 부정하면서 새로운 시적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독수리”로 의인화된 “나”는 “날아오르는 날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의 “무게보다 무거운 어떤 떠받침”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는 지난 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날개”가 한 개인의 성취나 정신적 성숙 대신 “집단적인/위의(威儀)”에 더 관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는 여전히 민중적이고 집단주의적인 세계관을 고수하고 있다.

예컨대 “독수리”를 자처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도 “털도 없이 뙤약볕을 받는” “산 개구리를 한 입에 잡아먹지 않는” 윤리를 가진 자이다. 동시에 ‘나’는 끈적이는 “점액질”로 덮여있는 피부가 바로 온통 “생명”이라는 사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회적인 약자나 소수자에게 연민을 갖고 있는 일종의 휴머니스트이다. 그러니까 “독수리”는 “독수리”이되 “날아오르는 날개”가 “없는”, 곧 어떤 초월적 비상이나 승화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지상적이고 대지적인 것에 가치를 두는 현실주의자이다.

과연 그런데도 왜 하필 제우스의 신조(神鳥)로서 세속의 시간으로 임재(臨在)하는 신을 뜻하는 독수리일까. 곧잘 우연적인 것이나 무의식적인 것을 무한으로 환원시키거나 중요한 시적 비밀을 노출시키는 자들이 시인이라면, 그의 ‘독수리’의 출현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사고와 행동의 탈각에 다른 변신의 욕구와 맞물려 있다. 여전히 “통통 부은” “발이 보일 때”나 “퉁퉁 부어 보일 때” “가위눌리는 식사”를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그만큼 강렬한 초월과 상승의 욕구를 드러낸다. 비록 “지상” “짐승”의 “시체”를 먹이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몸”의 기능 하나인 “날개”의 존재를 결코 망각하지 않는 게 그가 말하는 “독수리”란 존재이다.

그러니까 ‘독수리’로서 ‘나’는 여전히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산 자’와 ‘죽은 자’, ‘생명’과 ‘죽음’, ‘몸’과 ‘날개’ 등 이분법적인 “현재”적 “시간의 질서” 속에 살고 있지만, “공포”를 감수하면서 결행한 비상을 통해 지상적인 “비린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신성한 존재’이다. 비록 무의식의 다른 표현인 “꿈” 속에서 어떤 “가족” 또는 “집단”의 “악몽”을 잊지 않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머나먼” “공간”에 놓여 있다. 매우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나”의 “몸”은 “독수리”의 “날개”를 가동시키거나 지탱하게 하는 “부사”역할을 떠맡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독수리’에 대한 적극적인 형상화에 주저하는 태도는, 자칫 그것이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억압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야말로 ‘독수리’로 상징되는 천상적이거나 상승적인 것들이 초월하면서도 내재하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들은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배제하고 분리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산 귀 속 슬픈 노래와/죽은 귀 속으로/살아남은 선율” 혹은 “그 사이의 벽”이자 “그 벽”이 “나”라고 느끼고 있기에 그 “독수리”는 “날아오르는 날개”를 맘껏 향유하지 못한다.

바꿔 말하자면, 그의 ‘독수리’가 새로운 세계관 내지 새로운 문제의식의 부상을 나타내지만, 이와 동시에 사멸해가는 한 세계가 여전히 그의 의식에 완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최근의 용산사태 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근대적 악몽이나 억압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초월과 내재를 동시에 추구하는 ‘독수리’의 비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은밀하게 개입되어 있다. 상승적인 것들과 통합하려는 의지가 ‘독수리’로 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의 시가 근대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하강적인 것들에 붙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 삶이기 위하여”서는 “죽음의 껍질이 되”어야 하듯이 미흡하나마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한계를 드러낸 근대적 세계관은, 어떤 식으로든 사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나치게 하강적이고 평면적인 세계에 갇혀 있었던 한국 현대시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죽음이 죽음이기 위”한 “가장 떨리는 그/X-레이”로 비유되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일체의 초월이나 ‘상승’을 불온시하거나 이단시 한 채 표층적이고 직접적인 감각적 형상화나 즉물적인 현실대응에 매몰되어온 자신의 시와 한국시에 대한 의지가 그의 ‘독수리’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그의 ‘독수리’는 거의 예외 없이 농경적이고 정착민적인 세계관에 갇혀있던 세계와의 결별을 나타면서, 어떤 식으로든 근대가 가져다준 경이로움이나 존엄성에 대한 부분적인 긍정의식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적인 근대가 가져다준 독재정치나 경제적 불평등 등 심각한 부작용이나 폐해 때문에 근대가 가져다준 계급사회의 타파와 민주주의, 인권신장과 여성해방 등의 측면을 애써 평가 절하했던 시들에 대한 원상회복의 의지가 무의식적이나마 ‘독수리’로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김정환 시인의 시적 변화가 다분히 상징적인 차원이라면,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시를 통해 보여주는 고형렬의 시적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그야말로 위시로 한정해 볼 때 그는 ‘지시성’이 강한 시에서 반지시적인 시세계로의 전향을 꾀하고 있다. 모든 진실을 철저하게 언어와 세계의 대응관계 속에 보았던 시적 세계관에서 단지 논리적이거나 외연적일 수 없는 일상적 세계의 언어에 대한 자각과 성찰이 그의 시적 변신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가 볼 때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문장은 “지금”(현재)의 “나”가, 지시의 대상인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시적 의미론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나”가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가 거짓이라면,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는 문장은 “성립”되는 것일까. 그 역시 부재하는 “나”가 거기에 있다는 점에서 거짓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거나 “없다”하는 문장은 참일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은 A이거나 not-A이다’ 중간 배제의 법칙(law of the excluded) 법칙, 그야말로 둘 중에 하나는 진실이어야 한다는 배중률(排中律)에 어긋난다. 또한 그렇다고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것도,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는 것도 진실일 수 없다. 그야말로 A는 not-A가 아니라는 모순의 법칙(low of contradiction), 곧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것은 “지금 나는 에르덴조의 사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모순률(矛盾律)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명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지시론상으로 거짓이다.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하는”, 그러니까 함축적으로 가정되고 있을 뿐 대상의 존재가 실재하지 않는 경우가 가능함으로 이 문장은 존재론적으로 허구일 수밖에 없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증명할 길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는 에르덴조의 사원에 있다”던가, 아니면 “있다”던가 라는 “말이 꼭 성립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참과 거짓을 따지는 지시론적 의미론이나 반대로 모든 것은 경험적으로 관찰되어야 한다는 논리 실증주의적인 검증원리(principle of verification)에 의지하면 “시상”은 더 이상 “전개”될 수 없다. 그야말로 시는 참과 거짓을 묻는 것이 아니라 윤리도덕이나 개념 이전에 자리하고 있으며, 경험론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마음의 흐름 또는 정감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경험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것에 개입하는 시인인 “나”로 하여금 “이 사유 자체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언어는 “나에게 에르덴조 사원이 있다는 것과 에르덴조 사원이/없다는 것”과 같은 동어반복적인 진위(眞僞)이나 진리 값을 묻기보다는, 그것이 사용되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하나의 명제와 하나의 사태사이의 일 대 일의 대응은 그야말로 논리적으로나 가능할 뿐, 현실적인 측면에선 거의 무의미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언어는 그 말이 사용되는 구체적 맥락에 따라, 가족적 유사성이 있을 뿐이다.

이른바 “음률 맞추며 고통스러워하는 자의 행보”로서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야말로 내가 “문제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가 세계를 지시하고 반영한다는, 곧 시인이 언어와 세계의 구조적 동형성(同形性)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언어행위 또는 ‘말놀이’에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또한 언어의 의미가 형식논리나 논리적인 경험론에 관계없이 삶의 형식 또는 생활 세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에르덴조에 없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슬퍼”하거나 “어디”론가 “헤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그건 여전히 시인인 시적 주체가 여전히 언어의 진위(眞僞)를 따지는 지시론적인 의미론과 이른바 화용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정처가 없”이 한 그루 “나무처럼 외로워” 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는 “그대”가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거나 “있다”는 사실여부를 떠나, “지금”이나 “그때”나 “에르덴조 사원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위의 입장에서 “나”가 “에르덴존 사원”에 있거나 없는 것은 묻는 행위는, 다름 아닌 “나 없는 사막 입구의 산처럼” 공허하고 무망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의식이나 삶의 현장 관점에서는 마치 그것이 존재하는 듯 “하늘을 쳐다”보거나 그 “사원의 하늘에 나타난 구름”을 느끼는 데서 “문제가 발생 한다”. 내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제 차원에서의 언어와 영원히 명제화 되지 않지만 훨씬 더 유의미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오는 딜레마에서 온다.

그렇다면 고형렬은 왜 새삼 이런 논리의 언어와 존재의 언어 사이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우선 그것은 그동안 자신의 시가 대체로 지시론적인 언어관에 서 있었다는 반성과 성찰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극적인 시적 변신은 대체로 자신의 시가 그동안 언어의 본질이나 기능 등을 묻지 못한 채 지나치게 언어의 지시성에 함몰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각과 맞물려 있다. 언어와 실재는 반드시 대응하지 않거나, 그 개념은 존재하되 그에 상응하는 대상이 없다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새삼스러운 문제 제기라고 할 수 있다.

우연하게도 동갑내기이면서 이른바 창비 계열의 시인들로 분류되곤 했던 두 중진 시인의 괄목할 만한 시적 변신이 지닌 의미는 그렇다. 공통적으로 일차적으로 그것은 지난 시대 자신의 시들이 지나치게 삶의 현장 또는 언어적 지시성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작용과 그로인한 자기갱신의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시 또는 문학이 실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허구화하고 신화화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며, 그러지 않는 시작(詩作) 또는 문학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김정환의 ‘독수리’는 이미 그의 시집『드러남과 드러냄』(2007), 『거룩한 줄넘기』(2008)가 보여준 바와 같이 통합된 전망을 획득하려는 시인의 정신적 고투를 상징한다. 반면에 가장 최근의 시집『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를 상재한 고형렬은, 동명(同名)의 시를 통해 사실주의에서 반사실주의의 가능성을 새로이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그 성패와 관계없이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온 시와 세계관의 부정을 통해 시적 재탄생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불가피하게 그 과정에서 난해성이 발생하지만, 그들의 변신 욕구가 가장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시의 본질과 무관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당대의 오해나 질시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자기 시를 쓰는 시인이 살아남는다. 김수영, 고은, 김지하 등이 바로 그들이다. 동시대성을 호흡하면서 그걸 뛰어넘는 정신과 모험이, 한갓 기교나 실험을 넘어서 진정한 현대성의 원천이다. 자신을 쌓아온 것들을 애써 허물며 나아가는 그 대열에 김정환과 고형렬이 서 있다. 특히 그들은 한국시의 갱신은 젊은 시인에만 있지 않고, 나이를 잊은 작가에게도 그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들은 좋은 시인이란 겨우 과거나 현재를 형상화하는데 머물 수 없으며,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를 일깨워서 다시 현재 속에 그 모든 것이 어울리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