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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학 이벤트(사건): 문학 개념의 불확정성과 허구의 본성》(테리 이글턴)
이름 파레시아 이메일
첨부 테리 이글턴 문학 이벤트.jpg (13.0K)




테리 이글턴은 《문학 이벤트: 문학 개념의 불확정성과 허구의 본성》에서 다양한 문학이론들과 문학철학들을 선용하면서, 확정될 수 없는 문학개념의 윤곽을 슬기롭게 조명하고, 허구의 본성을 탐색하여 전략적 문학이론을 제안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문학인들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문학이론서이자 세련된 문학적 안목을 선사해줄 인문교양서이다.
이글턴은 단일한 보편개념을 탐하는 본질주의(실재론)의 과욕을 경계하고, 차이숭배열풍에 휘말리기 쉬운 반본질주의(명목론)의 위험성도 명심한다. 현상학, 수용미학, 형식주의, 해체비평,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후기현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를 문학이론과 연계하여 재검토한 그는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이론"을 빌려 문학의 구성요인들을 부각한다. 특히 이글턴이 규명하는 허구의 자치성은 문학(예술)의 불가결하지는 않되 매우 유력한 요인이자, 문예작품을 "구조 겸 사건(이벤트)"로 간주하는 전략적 문학이론의 결정적 실마리로서 주목되는 흥미로운 요인이다.

이 책은 "제1장 실재론자들과 명목론자들, 제2장 문학이란 무엇인가?(1), 제3장 문학이란 무엇인가?(2), 제4장 허구의 본성, 제5장 전략들"로 구성된다.
테리 이글턴은 유럽 대륙계 문학이론들과 앵글로색슨계 문학철학들의 성과와 한계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며, 문학 및 문학작품의 개념을 재정비하고, 허구의 아이러니한 자치성을 조명한다. 이 작업들은 문학 및 문학작품을 “구조화하는 전략”으로 간주하여 읽고 비평하려는 그의 “전략적” 문학이론에 이바지한다. 이 참신한 문학이론은 그가 서구의 형식주의이론, 발언행위이론, 기호학, 현상학, 수용미학, 심리분석(학),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해체비평, 사건이론 등에서 발탁한 이론적 도구들과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이론모형(“중첩하고 교차하는 유사점들의 복잡한 연결망”)을 효과적으로 응용하여 얻어내는 성과이다.
이런 성과는 이글턴이 30년 전에 펴낸 저서 《문학이론입문》에서 전개한 “급진적” 문학이론을 약간 재정비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때 이글턴은 본질주의에 강박된 실재론(현실주의)을 거부하고 명목론을 옹호하며 “문학의 ‘본질’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재론과 명목론마저 재검토한 그는 이제 “이런 견해를 아직도 옹호하고 싶지만, 3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명목론은 본질주의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선연하게 인식한다”고 피력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여전한 필요성
현재 적어도 한국의 문학(예술)과 문예작품들은 어느덧 재미꺼리들, 심심풀이용 오락물들, 허영심 충족수단들 아니면 정치이념 및 정권의 선전수단들에 불과한 신세로 전락해온 듯이 보인다. 무릇 작가들과 비평가들뿐 아니라 독자들마저 이런 세태를 자초해온 듯이 보인다. 한편에서 작가들과 비평가들은 이른바 “순문학(또는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을 억지로 구분해버릇하는 케케묵은 정치이념적 문학분류관습,” “등단제도 및 문단권력을 둘러싸고 공전(헛돌기)만해온 빤한 논쟁들,” “요령부득한 주례사비평관습,” “주기적으로 비등沸騰하는 문학위기론” 같은 고질적 현상들을 양산하면서 이런 세태를 자초해왔다. 다른 한편에서 독자들은 이런 현상들에 부화뇌동하거나 이런 현상들을 혐오하고 환멸하면서 이런 세태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동조하거나 동참해왔다. 그리하여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이런 현상들과 세태의 종결판 내지 종합판처럼 보인다. 이것은 여태껏 누누이 제기된 “문학(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문학의 개념을 궁구하는 질문을, 또다시 호출하는 듯이 보인다.

문학(예술)의 개념을 호도할 수 있는 본질주의(실재론)와 반反본질주의(명목론)
이클턴은 문학의 공통본성이나 유일한 본질을 발견하여 문학의 개념을 확정하려는 본질주의를 가장 경계한다. 왜냐면 문학적 본질주의는 문학의 다양한 특성들과 구성요인들을 분쇄하고 미적분하여 단일한 보편개념으로 일갈一喝하려는 과욕의 소산이라서 문학자체마저 무의미한 폐허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글턴은 문학의 개념을 확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급진적 반反본질주의자(명목론자)로 자처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반본질주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왜냐면 그것은 문학과 문학작품을 이현령비현령처럼 보이도록 착색하여 오락물이나 허영심 충족수단이나 정치이념 및 정권의 선전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성뿐 아니라 이른바 후기현대주의(포스터모더니즘)의 “차이숭배열풍”에 바쳐질 제물로 전락시킬 위험성마저 다분히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글턴도 이런 “명목론(반본질주의)은 본질주의(실재론)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선연하게 인식한다.”(본서43쪽) 이것이 바로 그가 “어떤 독자에게는 한가로운 객론客論처럼 보일만한”(본서14쪽) 중세 유럽 철학계의 실재론-명목론 논쟁(이른바 “보편논쟁”)을 재검토하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 ㅡ 본질주의자(실재론자)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반면에 반본질주의자(명목론자)는 아예 무시하려는 문제 ㅡ 를 심지어 두 단원(제2장과 제3장)이나 할애하여 고찰하는 까닭이다.

확정될 수 없는 문학의 개념과 조명될 수 있는 문학의 구성요인들
무릇 개념정의는 여느 분야의 이론가라도 실현하려고 욕심낼, 아니, 어쩌면 때로는 열망할, 탐스러운 과업일 것이다. 문학이론가로 자처하는 이글턴도 이런 욕심을 품어서 그런지 다음과 같이 쓴다. “내가 만약 뻔뻔했다면 ‘이 책은 문학의 (적어도 현재에 드러나는) 실제적 의미를 타당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문학이론의 공통점을 최초로 조명한다’고 감히 말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뻔뻔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본서 13쪽)
이글턴의 이런 자제심은 그가 “분석적 이성의 능력들을 의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본서 12쪽) 사실에서 유래할 것이다. 『문학 이벤트』를 주도하는 그의 “분석적 이성”은 문학의 개념을 억지로 확정하려고 과욕하지 않는다. 기존의 문학이론들을 “은연중에 비판”하고 문학철학들을 선택적으로 참조하는 그의 이성은 특히 “가족유사점들의 복잡한 연결망”을 상정한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점이론”을 선용하여 문학의 다섯 가지 구성요인 ㅡ 허구적 요인, 도덕적 요인, 언어(학)적 요인, 비非실용적 요인, 규범적 요인 ㅡ 을 조명한다.
이런 우회적 조명방식은 문학의 개념을 정의하려던 기존의 다른 여느 시도보다 의외로 더 신실信實하게 보인다. 왜냐면 이렇게 조명되는 문학(예술)은 단일한 본질이나 유일한 공통본성이나 공통본성들의 단일한 집합을 빌미로 삼아 문학(예술)의 보편개념을 정의하려는 충동에 희생되지 않고 적어도 다섯 가지 요인의 하나 내지 몇 가지 내지 모두를 공유하는 저작물-텍스트-전략으로서 창작-감상(독해)-비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상상력을 가동하여 문학(예술)에 자유를 부여하는 허구의 자치성
그렇다고 이글턴은 분야(장르)를 막론한 여느 저작물이든 허구성, 도덕성, 비유표현성, 비실용성, 규범성(고귀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 다섯 가지 구성요인을 전부 혹은 몇몇만 혹은 하나만 함유하면 문학(작품)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단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문학작품들로 지칭되는 저작물들은 가족유사점 같은 것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단일하고 확정된 본성도 공통본성들의 단일하고 확정된 집합도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볼 따름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튜어트 켈리(스코틀랜드 작가 겸 비평가)의 말마따나, “비록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이 지녔던 혁명성은 다소 감소했을 수 있어도, 그는 문학을 창작하고 읽으며 비평하려는 상호연계된 노력들의 급진주의를 일정하게 계속 보존하기를 소망한다.”(본서389쪽)
그런 만큼 이글턴은 문학의 개념을 무리하게 정의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요인들을 주목한다. 그는 먼저 도덕성, 비유표현성, 비실용성, 규범성을 비교적 간략하게 고찰하고 특히 이 책의 제4장 전체를 할애하여 허구의 본성을 고찰한다. 이것은 그가 문학(예술)과 허구의 관계를 특히 더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글턴의 관점에서 문학(예술)의 허구는 순수허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발굴한 소재를 가공하는 자치적인 허구이다. 또한 허구가 활용하는 상상력도 무한히 자유롭지 않다. “무한히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낭만주의의 해묵은 이상理想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상상력의 타고난 한계성이 허구가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런 자치권을 타고난 허구는 현실과 불가분하면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만큼 문학(예술)에 일정한 자유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가 허구 속에서 세계를 묘사하면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실생활 속에서 세계를 묘사하면서 누릴 수 있는 자유보다도 훨씬 더 많다. 허구 속에서는 우리가 부득이하게 억지로 상상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본서290쪽)
문학(예술)의 작가도 독자(감상자)도 비평가도 이런 허구의 자치적 본성을 감안하면 문학(예술)작품에 담기는 것들 ㅡ 작가의도(창작의도), 상황맥락(문맥), 작품의도(서브텍스트) ㅡ 뿐만 아니라 ‘문학(예술)작품에 갈마들어 소용돌이치는 현실과 허구’마저 분간할 수 있다.
이것들을 분간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솔하고 무분별한 인식습관이 이것들을 동일시하다가 종래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같은 불상사를 초래한다. 또한 근년에 한국에서 양산되는 연예기사들의 대다수도 이런 무분별한 인식습관을 예시한다. 그런 기사들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등장인물(허구인물)의 이름은 고의로든 부지불식간에든 생략되고 배우(현실인물)이름만 명시된다. 이렇듯 등장인물과 배우를 동일시하는 기사들은 작품과 작가를 동일시하고 현실과 허구를 동일시(감정이입)하기 쉬운 독자(관객, 시청자)들의 무분별한 인식습관을 자극하고 부추길 따름이다. 이런 세태는 문학(예술)작품, 작가, 독자, 비평가의 관계를 생산적 공생관계로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공멸관계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테리 이글턴의 급진성을 간직한 전략적 문학이론
본질주의의 과욕과 반본질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문학의 구성요인들을 조명하고 허구의 의미심장한 자치성을 발견하는 이글턴의 분석적 이성은 전략적 문학이론을 제안한다. 이 참신한 문학이론은 그가 서양의 중세 철학부터 현대의 현상학, 수용미학, 형식주의이론, 발언행위이론,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해체비평, 사건이론, 심리분석(학), 분석철학까지 두루 편력하여 거둔 성과이다. 문학(예술)작품을 “구조 겸 사건(이벤트)” 내지 “구조화하는 사건(이벤트)”로 간주하여 읽고 해석하려는 전략적 문학이론의 묘용은 다음과 같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것은 문학의 자치적 허구성을 본질주의의 과욕에 걸려 미적분당하지 않고 반본질주의의 제물로 희생당하지 않도록 주목하고 분석하면서 문학(예술)의 내면을 심화하고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 둘째, 그것은 작품과 작가, 현실과 허구를 동일시하는 독자(감상자)의 무분별한 인식(감정이입)습관에서 독자(감상자)를 방면하여 개안開眼시킬 수 있다. 셋째, 그것은 작가의도, 작품의도, 비평의도를 분간하는 전략적 창작, 전략적 읽기(독법), 전략적 비평(해석)의 가능성을 분발시켜 문학(예술)계를 활성화하고 비옥하게 만들며 독자(감상자)의 흥취와 감식력마저 증진할 수 있다. 넷째, 그것은 더 나아가 자본주의문화전략 또는 자본주의자資本主義者들의 문화전략 ㅡ 예컨대, 문학(예술)을 단순한 재미꺼리, 오락물, 허여심 충족수단, 정치이념 및 정권의 선전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전략 ㅡ 을 간파하고 분석하여 폭로할 수 있는 역량마저 겸비했다. 이런 역량이 바로 이글턴을 여전히 견실한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가로 만들어주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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